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많아 무료하고 지겨운 몇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시간이 너무 없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샌 적도 있다.
시간이 많을 때는 자유롭고 편안함을 갖게 될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일상을 보내다 보면 반복되는 행위에 권태로움을 느끼게 되듯이 시간이 많으면
시간에 대한 무료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남는 시간을 운동과 취미 생활을 즐기며
무료함을 달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행동과
생각이 억압되어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기도 한다.
그래서 돈이 있는 사람은 시간이 없고 돈이 없는 사람은 남는 게 시간뿐이라는 말에
실감을 할 때가 있다.
물론 노력에 따라 시간이 많은 사람들도 무료함을 즐거움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겠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되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는 좋던 싫던 시간에 따라 움직이며 먹고 잠을 잔다.
이렇듯 시간은 우리 생활에서 마음먹은 대로 버릴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멍에일
수밖에 없으며 시간과 사람은 운명적인 인연으로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
필요에 의해 사람들은 스스로 시간을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망각하고 때로는 바쁘게 때로는 느긋하게 살아간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이가 있다.
무엇이 그렇게 바쁘고 급한지 얼굴 한번 보려고 전화를 하면 시간이 없다며 다음에
만나 자며 서둘러 통화를 끝낸다.
어찌 보면 그렇게 바쁘게 사는 모습이 부러움으로 다가올 지 모르지만 나와 그 사람을
비교하면 별반 다르게 사는 것도 아니다.
나는 한가한데 그 사람은 언제나 시간이 부족해 허덕이는 것을 보면 스스로 만든
시간에 쫓기고 흐르는 시간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쓴다.
아니, 시간의 대부분을 글을 읽고 쓰는데 소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정작
글을 쓸 때는 시간의 굴레를 벗어버린다.
모 방송국 아침프로에서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려본 사람이고
일분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열차 시간을 놓쳐버린 사람이며
일초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일등을 놓쳐버린 육상선수라는 것이다.
듣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소중한 시간으로부터 해탈을 꿈꾸며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