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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98

나를 찾기 위해서


BY 베티 2000-11-15




<나를 찾기 위해서>

어제,아줌마 닷컴에서 만난 동갑나기 친구들의 모임이

있었다.

정모의 소식이 있을 땐 반가워서 앞 뒤 돌아 볼 것도

없이 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이들 때문에 적지 않은

고민을 해야했다

가까운 곳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적어도 7시경에 돌아올

것 같으니 누구한테 맡긴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포기하고 있다가 바로 전날 가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아예 두 아이를 데리고.

경기도 안산에서 대전까지 가기 위해 7시에 어린

아이들을 깨워서 밥을 먹이랴 옷을 입히랴 또 머리도

땋아주랴 참으로 부산스러웠다.

어디 그 뿐이랴.

설겆이에 방 청소에...

내 몸 치장이야 일찌감치 끝냈지만 마치 작은

전쟁을 치르는 느낌이었다.

그런 부담감을 안고도 과감히 떠났던 건 아지트의

이야기방이나 가끔 수다방에서 만나는 것 가지고는

결코 흡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상상으로 친구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만난 뒤

막상 다른 모습에 잠시 어리둥절 하다가도 금세 친해질

수 있는 것 또한 사이버상에서 갖는 또 다른 면이다.


대전에서 우리는 각지의 친구들을 만났다.

15명이라는 숫자는 부산,전주,서울등 정말로 동그란

원에서 대전이라는 하나의 원점에 합쳐져 만들어 낸

작품이었다.


동갑이라서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던 우리는

일단 점심을 먹었다.

고깃집에 주욱 앉아서 먹으니 여러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없었고 나눈다 해도 깊은 속내를 얘기할

수는 없었지만 다들 즐거움 속에 식사를 하였다.

식사가 끝난 뒤 노래방에서 노래를 한 곡씩 부르고 나니

그새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비둘기들이 놀고 있는 대전역 광장에서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하고 온 후 나는 가벼운 몸살로

하루종일 누워 있었다.

사랑하는 님을 두고 와서 못내 그 아쉬움 때문이라면

또 모르지만 동갑나기 친구들을 만나고 와서

누워 있는 내 모습에 피식 웃음도 났다.

근래에 아파 본 적이 없기에 더욱 그렇다.


내가 두 딸을 데리고 조금 먼 곳을 다녀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로는 남편과 같이 자동차로

다니다 보니 혼자서 아이들 데리고 나간다는 건

엄두도 못 했었다.

그런데 아이 둘을 학원까지 결석시키면서까지 아침

일찍 서둘러 대전까지 갔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나'를 찾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나 한다.

남자들은 직장에, 아이들은 학교에, 소속되어 살아가고

있으니 구태여 '나'를 찾지 않아도 남들이 인정해 주는

'나'가 있을 것이다.

물론 주부들도 가정이라는 소속이 있다.

그러나 그건 참으로 미약하다. 어느 정도 아이들이 크면 엄마

품에서 벗어나고 남편은 직장에서 바쁘다 보니 왠지 나

만 홀로 인 듯한 느낌을 어느 정도는 받을 것이다.

이때에 바로 주부들은 이런저런 모임을 만들어 가지

않나 싶다.

그런 모임에서 소속감도 느끼고 그 구성원들에 의해서

비로소 '나'란 존재를 찾기도 하고 말이다.

정작 만나서 하는 일이라곤 점심 한 끼 먹고 노래 한

곡 부르는 걸로 끝내고 헤어져야 했지만 그 만남을

통해서 독립체인 '나'를 찾고 또 확인하고 오지

않았나 한다.

그래서 많은 걸 감수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온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