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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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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의 하늘


BY 임진희 2000-08-25

나 어릴적의 여름밤은 너무 아름다웠었다.저녁을 먹고 마당에

있는 평상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총총히 박힌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한쪽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옥수수며 수박을 먹어가며

이웃에 사는 친구들이 놀러와 보리밭에 문둥이가 사는데 누가 보

니 아이를 데려 가더라는 이야기며 그아이가 약이되어 문둥병이

낫는다는 그런 황당한 이야기에 귀를 종끗 세우고 보리밭 지나야

갈수 있는 친구 집에 이제 가지말아야 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

하고 그중 가장 빛나는 별을 보고 소원을 말하기도 하고 심심하

면 술래잡기도 하며 그렇게 즐거운 밤을 보냈는데 어느날인가

마을에 무슨 연극을 한다고 낮부터 나팔소리를 내며 선전을 해서

호기심 많던 나는 엄마를 졸라 저녁도 빨리 먹고 시장통 안에 천

막을 친 임시 극장에 들어갔는데 그 연극이라는 것이 지금으로

말하면 공포 연극인지 호러 물인지 온몸에 칭칭 붕대를 감은 사

람이 널짝 속에서 살아 나오는 것이였다.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이라서 내용도 잘 기억이 안나지만 아뭏든 한번 죽은 사람이 다

시 살아나서 무슨 원한 맺힌 이야기를 하는것 같았다.그 시절에

임춘앵과 박진진인가 하는 여성국극단은 내가 초등학교 들어간뒤

가끔 공연을 했는데 나는 전부 여자인줄도 모를고 너무 잘생긴

남자에게 어린마음에도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지금 생각

하면 너무 웃기는 이야기지만 연기하는 사람을 꽤나 좋아 했던것

같다.아까 그 이야기로 돌아 가자면 무서운 연극을 보면서 나는

내용이고 뭐고 보는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흰천으로 몸을 감

싼 귀신같은 사람이 빨리 들어가 주기만 바랐는데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 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 많은지 시종 알지못할 음산한 소

리로 울부짖듯이 말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재미는커녕 이따 집에

어떻게 갈까 그것이 걱정이였다.그날은 왜 그랬는지 집에서 아무

도 가지 않았고 나 혼자 친구들과 들어갔었다.집에서 시장까지는

십분거리 밖에 되지않는 곳인데 대문 앞까지는 구경꾼들이 함께

지나가는 길이라 안심이 되지만 대문을 열고 방까지 들어가는 것

이 큰일이였다.나는 무서움을 잘 타는데다 우리집은 유난히 마당

이 넓고 한쪽에 키큰 감나무며 꽃밭에는 자목련 석류나무 대추나

무등 나무 그림자를 봐도 어느날은 깜짝 놀라곤 했다.드디어 무

서운 사람의 한맺힌 독백도 끝나고 친구와 헤여져 대문앞에섰다.

내가 나갔기 때문에 문은 지그려놓고 잠그지 않아서 살짝 밀고

화단 쪽은 보지 않고 쏜살같이 안방을 향해 돌진해 들어 갔다.

아까본 흰옷입은 아저씨가 뒤쫓아 올것 같아 머리끝이 쭈뼜했다

부모님은 주무시고 계셨다.나는 살며시 엄마품으로 들어가서 엄

마 가슴을 확인하고 마음을 놓았다.그날도 밤하늘은 별이 빛나고

무서움에 가슴졸인 어린시절의 내가 나이들어 여전히 구경하기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게 될줄은 꿈에도 상상 못한체 그렇게 잠들

었던 것이다.지금은 별 구경도 하기 힘든데 얼마전에 우리집 안

방 창을 열고 자다 잠이 깨었는데 하늘에 희미하게 별 두개가 보

였다.나는 너무 반가워서 남편을 깨웠다 .여보 저기 별두개가..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자리에 있었다.여보 왜 저별은 항상

저기에 있을까? 별자리는 언제나 똑같다는 남편의 대답인데 나는

그 별 두개가 옛날 시골에서 아무것도 모른체 하늘을 향했던 꿈

많던 어린시절의 친구별이 아닐까 억지로 이유를 붙이기도 했다

그 여름날의 아름답던 별은 아마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내 마

음 속에서 빛나고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