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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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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


BY 들바람꽃 2001-05-11

소녀같은 울 엄마의 이야길 할까 합니다.

우리 엄마의 얼굴은 정말 애띱니다. 한살 차이인 우리 아버진 앞머리가 훤하신데다 피부는 거쿠칙칙하고 잔주름도 많지요. 엄마의 얼굴은 탱탱...포시시...발그스레...주름 NO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도 있었죠. 저희가 이사를 왔는데 동네에 이런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엄마가 재추라는... 동네에 입 가벼운 반장 아줌마가 드디어 우리집에 확인하러 왔고 울 엄니 뚜껑 열렸죠.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기분이 너무 좋더랍니다. 자기가 그렇게 나이가 안들어보이냐며 우리를 며칠동안 괴롭혔죠. 사실 나이 들어보이는 부군때문인줄 모르시면서요.

울 엄마 엄마는 공주병도 있어요. 그 덕에 딸 셋에게 유전되어 우리들도 치유되지 않는다는 이 병에 걸렸죠. 공주병의 주된 원인은 우리 아버지에 있습니다. 결혼한지 30년이 넘지만 우리 아버지 눈에 쒸워진 콩까풀은 아적까지 벗겨지지 않았는지 부부 동반 모임이나 T.V에 나오는 여자 연기자를 보거나... 심지어 우리들과도 비교하며 이런 말씀을 합니다. "당신이 제일 이뻐" "당신보다 더 이쁜 사람은 없어"

엄마의 특징은 말바꾸기죠. 생각이 안나는건지 아님 알면서 그러시는지 언제나 말하고 안지키기. 자신이 한말이 틀리면 말바꾸기. 무조건 우기기. 그래서 우리 4형제는 언제나 거짓말쟁이가 되고 최후의 승자는 당신입니다.

또 하나 울 엄마의 특징은 정말로.... 정말로 잘 삐짐입니다. 세상에 그 나이에도 삐질일이 왜그리 많은지 툭하면 말안하고 토라지고. 우리가 전화 안한다고 투덜거리시고. 암튼 요즘은 친구분들과 산엘 가신답니다. 근데 그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내가 왜 산엘 가는지 알어? 외로워서 그런다. 니들 있으면 뭐해? 전화도 안하고...(너무 길어 줄입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무관심해서 삐지셨죠.

울 엄마의 최대 히트는 이것입니다. 술을 드시면 금방 잠이 드시는 아빠는 가끔... 아주 가끔 방바닥을 때리는 버릇이 있습니다(와... 집안 망신이다.) 근데 이때에 절묘하게 타이밍이 맞아서 엄마가 팔이나 어딘가에 멍이 들었다 하면 다음날 아버진 음메... 기죽어가 되죠. 왜냐하면 엄마는 속상한 표정으로 "당신이 어제 내 팔 이렇게 했어. 방바닥이나 치지 왜 나를 쳐? 이것봐!!!" 그날부터 멍이 가시는 날까지 우리의 불쌍한 아버지는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죠. 술이 죕니다.

암튼... 너무나 귀엽고 깜찍하고 사랑스런 엄니가 아닐수 없습니다. 그래서 엄마를 무진장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