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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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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BY 가인 2001-04-24

안개가 자욱히 내려앉은 것이 비를 재촉할 것만 같습니다. 마음 한켠에 시원한 봄비가 그리워집니다.

매일 아침 시작했던 운동을 멎고 오늘은 그 시간에 된장국을 끊이기로 했습니다. 멸치 몇마리를 우려내고 된장을 맑게 게이고 몇평 안되는 집안 가득 구수한 된장향이 진동을 하는동안 머리 감고 샤워하고 오늘은 어떤 옷을 입어 볼까. 여기 저기 삐져나온 나이살과 군살을 접어서 집어 넣고 좀 찍어 바르고 드디어 아침상에 앉았습니다.

어제 저녁 문득 '선택'이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습니다. 내가 지금 여기에 와있는 것과 이런 생활속에 짜맞춰 살아가고 있는것 모두 내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 그런데 서글퍼졌습니다. 후회하지 않았었는데 아니 생활이 나락으로 치닫은것도 힘든 치사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이리 힘이 들까요. 하지만, 그 어떤 선택 역시 행해졌었겠지요.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 지금까지 걸어온 길 모두 나의 선택과 사랑과 열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누군가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하기에 평생도 모자란다고 했던가요.

처음으로 남자를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싶다는 생각, 그 코끝과 입술과 까만 수염이 잘 잘려나간 턱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지금 내 모습 내 감정 내가 선택한 그 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한 길을 가기 위함이라고 말해도 될까요.

비가 내렸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