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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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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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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


BY ps 2001-03-23


몇 년전!
기분이 너무 젊으시다고 환갑잔치도 마다하신 아버지의 '칠순'을 맞아,
억지로라도 잔치를 하기로 동생들과 의논을 한뒤, 오랜 생각끝에,
친구분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시니까, 근사한 저녁과, 춤, 노래 섞인
서양식 잔치를 하기로 하였다.

예정인원이 거의 200 명 가까이 되어, 큰 파티장이 딸린, L.A. 근교에
있는 식당에 예약을 하고, 여흥을 맡을 사람들도 구하고, 초대장도
준비하며 그 날을 기다리던 어느날,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손님들 앞에서 맏아들인 내가, 간단한 인사와 가족, 인척 소개는 당연히
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 만으로는 미흡하니, 한 5 분 정도
분위기를 살려야할 필요가 있단다.

그것은 정말로 큰 고민이었다. 한 번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해본 경험이 없는 내가, 그것도 5 분 씩이나 무슨 얘기를 ? 어떻게 ?
며칠을 그 걱정 때문에 '소화불량', '수면부족'으로 힘들어 했는데,
신문을 보고있던 어느 날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이러고 보니, 내가 꼭 만화의 주인공 같다. 항상 살아날 구멍이
생기는 걸 보면)

신문에는 갖 시장에 나와서 전세계적으로 큰 뉴스거리가 된
'비아그라'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조금씩의 후유증은 있지만,
그 약으로 효과를 본 많은 사람들의 '비아그라' 예찬론 이었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약인데, 정력제인양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음. 특히 한국 남자들 !)
(저는 절대 아님. 믿거나, 말거나... 히 히 히)

'그래! 이것 이라면 많은 분들이 흥미를 갖고 들으시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과' 개업하고 있는 매부에게 한 병을 부탁하고, 그 약
때문에 있을수 있는 얘기를 준비했다.

막상 잔칫날, 집을 나서는데 또 한가지 걱정이 생겼다.
'신비로운 약'이라 서로 '병' 구경이라도 하자는 사람들이 있을테고,
혹, 그중에 병을 열고 약을 빼가는 사람이 있을텐데, 어쩌지 ?

그런데, 주인공(?) 한테는 항상 해결책이 있기 마련 !
바로 '내용물 바꿔치기'였다. 약이 나온지 얼마 않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리라는 확신에 '비아그라'를 다 빼고 병에 가득 '종합비타민'을
채웠다.

많은 분들이 오셨다.
전혀 낯설은 분도 계시고, 10 여년 만에 뵙는 분도 계시고,
한국에서도 친척 분들 오시고...
손에 잔 드시고, 웨이터들이 '서브'하는 '오돌브'('오드블'이라고
잘못 아는 사람도 있음)를 드시며 가벼운 인사등...
그리고 내 순서가 왔다.

감사의 말씀에 이어 가족소개, 그리고 준비해간 '비아그라' 야그;

'제가 이 약을 구했다니까, 갑자기 주위에 친한(?) 친구들이 많아
졌습니다. 혹시 한 알 얻어볼까? 하고'

'와,하,하'

'이 약 때문에 요즈음 엉뚱한 짓 하는 "놈"들이 많이 생겼다는데,
그중에 몇 가지를 챙겨보았습니다:
** 큰 형님 준다고 구해가서는 지가 먹는 놈 !
** 아버지 갖다 드리라는 것을 중간에서 가로챈 놈 !
** 혹시 약발이 더 들을까?해서 세 알씩 먹는 놈 !
** 여자 한테도 효과있다는 소문을 믿고, 얻어다가 마누라 멕이는 놈 !
** 같은 소문 듣고 얻어다가, 마누라는 안 주고, 세컨드 멕이는 놈 ! '

'와,하,하'

많은 웃음을 끌어내고, 인사를 마친 뒤, 내 자리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있는데, 생각대로, 내 주위에 있던 고교 동창생 녀석들 난리가 났다.
'야 ! 병 한 번 보자 !', '그래, 나도 !' 돌려보다가 한 친구가 병을
열고는, '약이 생각보다 크네 !' ㅋ,ㅋ,ㅋ
(아시는 분들 아시겠지만, 이 종합비타민은 잘못 먹으면, 목에 걸려
켁,켁,거릴 정도로 큽니다)
그리고 내 예측대로, 모든 것에 욕심을 부리는 동창, '석이' 녀석이
2 알을 억지로 챙기고야 말았다.

잔치가 무사히 끝나고, 한 분, 두 분 떠나시는데...
걸어나가는 '석이' 녀석을 불러 세웠다.
'너 ! 약 주는 대신, 일주일 안에 결과보고 꼭 해야한다 ?'
(나도 참 잔인했다. 히,히,히)
얼굴 가득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석이'가 대답했다.
'알았어, 임마 !'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닷새 만에 '석이' 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 그 약 좀 더 구해주라 !'
'??? !!! 효과 있던 ?'
'응. 꽤 괜찮던데'
'... 으 하 하 하 !!!' 나는 더 참을수 없어 크게 웃으며
사실을 실토하고 말았다.
30 퍼센트 이상 효능이 있다는 *위약 효과*를 직접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그 후, '석이'만 보면
잔인한(?) 나는 꼭 한마디 한다.
'야 ! 요즘도 종합비타민 잘 먹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