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리~

"(코맹맹이 소리로)엽세여?"

"지금 출장나왔다가 드가는 길인데, 언능 준비하고 있거라."

"와요?"

"같이 한의원가서 약 좀 짓게.....애 것도 짓고...."

"약은 무신.....됐네요. 걍 인삼탕이나 묵을래....."

"약 좀 안묵어도 되겠나?"

"그으래~ 약값이 넘 비싸! 그라고 그때그때 닳여묵는 인삼이 좋아."

"알아서 하소!"

"응....수고!"

맨날 전화하면 아들부터 챙기는 사람이 웬일인지 내 안부를 묻네?

가끔은 주부도 아파야 한다니께......클클클.......

몇달째 야근하는 남편이랑 새학년 시작하는 아이의 건강 챙긴다고,

밥이랑 반찬이랑 인삼탕이랑 챙겨 맥인다고 신경을 나름대로 썼다.

게다가 지난 수욜 하루 무리를 했다고 대번에 다운되어 버렸다.

월급쟁이는 돈줄만 실날같은 기 아니고, 몸도 실날같다.

쪼매만 더 써도 빵구가 난다.

진작에 체력 좀 다져놓을 껄.....

머리에서는 회오리 바람이 휘잉일고,

온 삭신이 누가 짓밟는 듯이 쑤시고,

목, 코........온 몸이 난리 부루수다. 못견디겠다고......

미리미리 조심한다고 그 좋아하는 커피, 알콜도 원수보듯 하면서

대추차에 꿀물에 인삼탕을 챙겨 묵었건만.......흑흑......


꼬박 36시간동안 이불뒤집어 쓰고 시체놀이를 했다.

이마에서 식은 땀이, 거짓말 쪼매 보태서 한사발 흘렀다.

미우나 고우나 그래도 신랑이 사다준 약이 약빨이 잘받긴 잘받는 모양이여.

하루치 세봉 중에서 두봉 딱 먹고 나니 차도가 보이기 시작한 걸 보니...

비싼 약이 좋은 약 아닌가? ㅋㅋㅋ

으이그~ 아푸기 전에 좀 잘해주지.

함튼 남자들이란.....쯧쯔...


집이 구질구질하면 '컨디션이 좀 좋지 않는 모양인데, 내가 해주까?'하면서

자기가 좀 하면 내가 자기를 월매나 이뻐해 줄텐데

비실거리는 마누라시켜 먹어야 하나?

일부러 더 떨그럭거리면서 설거지를 하고,

후닥거리면서 널부러진 잡동사니들은 정리하면서 청소를 하고,

세탁기를 몇번이나 돌려 밀린 빨래를 널고 개고를 반복.....

속으로 그랬겠지?

에이그.......내 8짜야! 무신 여자가 저러냐?

내 손 안닿으면 집이 집같을 때가 없어요! 밥상도 부실하고....에잉~

요렇게.....ㅋㅋㅋ

당신이 고？箚？마음 안묵어도

나도 살림도 잘하고 척척 황금도 잘낚는 원더우먼이고 싶네요.

근데, 조용히 청소 좀 하면 안되나?

누워서 조리하는 사람 시끄러워서 쉬지도 못하게.....

(ㅋㅋㅋ 이건 속마음....)

하긴 요즘 몇달째 주말은 커녕 일욜도 없이 야근이니

집에 와서 등만 붙였다 하면 드르릉~이다.

그래서 -누,드-다.

누우면,
드르릉!

그런 사람에게 청소를 기대했으니.......


내 생각은 그렇다.

짭찔받은 살림솜씨보다는 가족의 건강이 우선이고

또 집이 너무 깨끗하면 복나간다고.....(게으른 주부의 변명.....ㅋㅋㅋ)

사실 유리알같은 집에 간 적 있었는데,

한발짝 띌 때마다 조심스러워서 원...

발냄새가 바닥에 묻지나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앉아있으려니 가시방석이고 빨리 우리집에 가고 싶었었다.

또 애키우는 집이 유리알 같을 수가 있나?

치워놓으면 금방 어질러질껄.....떵개 훈련하는 것도 아니고.....

밥상만 해도 그렇다.

장에 나가보라. 맨날 뭘 그렇게 해 먹을 꺼리가 있는가?

대충 있는 반찬으로 한끼 떼우면 되지.

그런데 남편은 안그렇다.

집은 정리정돈되어 있어야 하고,

늘 밥상은 가득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양복은 늘 스텐바이되어 있어야 하고,

와이셔츠도 두말하면 잔소리!

결혼 후 환상이 많이 깨졌다. 실은, 포기한 거지.

워낙 내조가 없으니........흑흑.......

(내가 머 내조하기 싫어서 안하냐?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거지. ㅋㅋㅋ)

이 글을 만약 남편이 본다면?

-내조는 바라지도 않는다. 외조나 좀 않하면 안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