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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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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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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여자


BY (잠만보)1song2 2001-03-20


형제가 없는 아들은, 툭하면 친구들을 집에 델꼬 와서

집을 놀이터, 놀이방, 피씨방으로 만들어도, 우리가 암소리 못하는 이유는

입만 뻥긋하면 '심심하다. 엄마, 아빠 놀아줘'를 연발하는 아들 때문이다.

일단 친구들이 오면, 엄마 아빠는 뒷전이다.

그치만 우리끼리 비밀 프로젝트를 시도하다간, 판판이 아들의 독재에 깨진다.


아들이 하교 후 집에 달고 오는 멤버가 바뀌었다. 첸? 팥너!

맨날 달고 오던 녀석들은 2학년 올라가서 반이 바뀌자 안델꼬 오고,

새로운 페이스-face-를 집에 델꼬 온다.

작년에 한 반이었던 아이들 중에서, 계속 오는 녀석은 하나 뿐이다.

시대가 시대니 만큼 맞벌이가 많아서, 동네에는 혼자서 노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생각보다 애들을 이학원 저학원 뺑뺑이 안돌린다.

(무관심인가? 방목인가? 쩝...........)

그런 애들끼리 모여서 이집, 저집에 가거나, 놀이터에 가서 논다.

(한편으로는 안타깝지만, 그나마 다행스럽기도 하다.

형이나 누나가 있어도 나이 차이가 많거나 누나나 형들이 안놀아주므로,

주로 같은 반, 같은 아파트 친구들 끼리 어울려 논다.)


1. 아들의 여자

"니는 그런 빤쓰입나? 하하~ "

"아이다. 이거 빤쓰아이다. 반바지다."

(끝까지 사각빤쓰를 반바지라고 우기는 아들! 사각빤스 안에 삼각빤스를 입고 있었다.)

작년 어느 여름날!

아들과 우리집에 처음 놀러온 아들의 여자친구가 나눈 이야기다.

(요즘은 남녀 칠세 자석?)

걔가 며칠 전, 우리집에 와서 놀았었는데, 오늘 또 와서 놀았다.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는데, 2학년이 되자 같은 반이 된 것이다.

그 집도 부모가 맞벌이고, 걔 언니는 중딩이라 말벗은 커녕 친구로는 '영

아니올시다' 인 것 같다.

목소리는 박경림 사촌인데, 말은 청산유수다.

"있자나요~ 우리 엄마가요~ 아들낳을라 캣는데요. 딸을 낳았어요. 그런데

요. 처음엔 그랬는데요. 이제는 딸이 좋대요.....

아줌마들이요. 저보고요~ '니 와그래 웃기노?'이캐요."

"우리 언니요? 우리 언니는 저처럼 말 잘 못해요."

"저, 수영잘해요. 수영하는 거 좋아하거등요. 이젠 안전교육만 받으면 끝이에요."

"우리집에는요. 운동하는 자전거 있거등요. 그거 잘해요."

"우리 언니는요. 엎드려서 밥먹어요. 버릇이 나빠요."

"저 CF찍는 날요. 엄청 추웠대요.......... 저 연예인들 얘기, 잘 알아요."

(TV에 인어모습을 하고 나온 모델, 햄버그 광고를 보며...)

펑퍼짐하니 부담없이 생긴 얼굴에 성격좋아 보이는 초딩 2년 짜리 여자애

는 별의별 이야기를 다 했는데, 딸을 키워보지 않은 우리 부부였는지라,

그 애의 이야기에 홀린 듯 들었고, 재미나서 자꾸 얘기를 시켰다.

"ㅎㅎㅎ.....너 우리 며느리 해라! 너 우리집에 시집 올래?"

"예에? " 하며 놀라서 얼굴을 붉히면서도 '한다, 안한다' 소리를 않는다.

숫기없고, 낯가림이 심한 우리 식구와는 달리,

초면인데도 줄줄 이야기를 뿜어내는 걔가 신통방통해서......



2. 아들의 친구

자기 아버지가 스님이라고 순진하게 이야기하는 아들 친구 한 녀석이 있었다.

(하긴 애들이 뭘 아나? 있는 그대로 얘기하지. 애들은 죄가 없어!)

우리집에서 엄청 멀리 떨어져있는 산아래 절에서 사는데,

봄 방학 중인 어느날, 아들을 찾아왔다.

산아래 친구도 없고, 얼마나 심심했으면 그 먼길을 찾아왔을까?

초딩 1년, 그 숏다리로 1시간은 족히 걸어왔을 거란 추측이다.

반갑게 맞아 신나게 놀게 놔뒀다.

어릴 때 사탕이나 초코렛을 많이 먹고, 양치를 제대로 치지 않았는지

말하는 입을 보면, 보이는 이빨이 벌써 다 썩어서 꺼먹꺼먹하며,

애기 소리를 했다.( 아들에게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도 우리집에 놀러 오는

그녀석이 나중엔 기특하고 고맙고 대견스러웠다.)

거의 토열마다 울 집에 와선 저녁까지 놀다 가곤 했는데,

제 엄마가 데리러 올 때 꺼정, 걔는 노는 것이다.

애야 어려서 그렇다치지만, 애엄마도 그렇지.

자기 애가 남의 집에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자주 점심에서 저녁까지 얻어묵고 오는데,

게다가 자기가 애를 데리러 우리집 아래까지 오면서도

그냥 전화 한통만 삐쭉해서는 애를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애보다 그 애 엄마가 더 괘씸했다.

어떤 때는, 시외라면서 대구 도착하면 몇시 될껀데,

그 시간에 맞춰 애를 현관에 내려 보내 달란다.

우와~~~ 해도해도 너무하지.

애가 먹기는 또 얼마나 많이 먹는지.......우리 애 두 배는 넘게 먹었다.

(먹는 것 갖고 머라카면 치사하고 쫀쫀한가? 쩝.........)

잘 먹어서인지 두 볼이 복숭아 빛이다.

그 녀석 때문에 우리의 황금 주말 스케줄이 빵꾸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입학하고 부터 줄창 하교 후 울 집에 와서 놀다 가길래,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가, 걔 엄마에게 편지까지 썼었다.

"저희는 맞벌이라 애 할아버지가 오셔서 아이를 봐주시는데,

애 아빠가 낮에 나와서 점심을 챙기는지라,

애 아빠가 아주 곤란한 지경이니 선처를 바랍니다." 라고...........

그 편지를 걔 엄마가 받았는지 안받았는지 걔는 우리집에 계속 놀러 왔는데,

몇 달이 지나면서 걔가 우리집에 오면 아예 우리의 스케쥴을 포기했다.

아들의 놀이와 놀이 친구를 위해서........

혼자서 늘 외롭게 노는 아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생기발랄한 모습과

우리끼리 밥을 먹을 적엔 늘 반찬 투정을 했었는데,

경쟁자가 있으니 밥투정도 않고 밥도 훨씬 잘먹는 것이다.


이젠 아들이 걔한테 '우리집에 놀러 가자'고 얘기하면,

'우리 엄마가 가지 마라 캣따!'하면서 거절을 한단다.

오는 사람 막지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말라고 했거늘,

때가 되면 저절로 떨어지는데, 괜히 혼자 안달복달한 자신이 우습게 느껴진다.

유치원 졸업하고, 초딩에 입학시킨 후, 1살 어리다고 얼마나 가슴 졸였던가?

아들은 다행히 일학년 때 담임을 잘 만나,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 했고,

집에 안 왔다간 친구들이 없을 정도로 친구를 잘 사귀었다.

다행이다. (낯가림이 심한 엄마 안닮아서.......--;;;;;;;)

지금은 초딩 2년이라고 잔뜩 어깨에 힘주는 듯 하다.

역쉬.....초딩이 되곤 노는 물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