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영화본지 넘 오래?榮?
아,, 오늘 영화 한 편 땡겼음 조...?다."
큰 녀석의 넋두리에
"오냐, 가자!"
신문의 프로안내 꼼꼼 챙겨 두 아들 손목 잡고 극장으로 갑니다.
big bear
엊그제 유치원 졸업하고 초등학교 입성을 눈앞에 둔 떨거지의 '자막읽기'가 좀 걱정되어 팝콘, 콜라, 오징어 등등
입막음할 부스러기들을 챙겨들고는
"중간에 나가자고 하면, 마치고 롯데리아는 취소야!"
엄포반 협박반으로 다짐, 다짐 받고 들어갔습니다.
그야말로 집채만한 그리즐리 곰.
왠걸, 두 녀석은 나보다 더 심각하고 몰입합니다.
어린소년 해리는 탐험가인 아버지의 그리즐리 곰 사냥에 동행하게 됩니다.
그의 아버지는 세계 각지를 탐험하는 탐험가이고, 유년의 해리에겐 늘 엄마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해리의 엄마는 해리의 앞에서 암으로 눈을 감았습니다.
사냥중, 어미곰은 놓치고 새끼곰 2마리만을 우리에 가두게 되는데 새끼를 찾아온 그리즐리 어미곰은 우리에 갖힌 새끼대신 기절한 해리를 물고 도망칩니다.
그리즐리곰은 마치 해리를 인질처럼 몰고 다니고..
해리는 차츰, 곰의 언어, 곰의 기분, 곰이 말하고 싶은것들을 직감적으로 배우게 되죠.
그의 아버지와 동료들은 해리와 곰의 흔적을 쫓게되나, 그 간격은 쉽게 좁혀지지 않습니다.
미련스럽다고 해서 해리가 붙여준 '미찌'란 별명에 어울리지않게 최소한의 지능을 갖춘 그리즐리곰은 무언가 인간과 타협점을 찾는듯도 했습니다.
미찌옆에서 자고, 미찌가 먹기를 강요하는 나무둥지의 구더기를 먹고, 구역질을 하면서도 배고픔에 날고기를 뜯으며 해리는 차츰 미찌의 친구가 되어갑니다.
사나운 흑곰앞에서 '저리가'라고 외치는 해리, 그에게서 나는 그리즐리곰의 체취에 흑곰은 줄행랑을 치는데..
그러나, 해리는 땟목을 만들게 되고, 어느순간 본능적으로 물살을 타고 탈출을 시도합니다.
"작별인사라도 할걸.."
멀어지는 미찌를 뒤돌아보며, 무언가 아쉬워하는 해리
그들은 분명 친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도중, 해리는 야수들에게 쫓기게 되고 위험의 순간 그리즐리는 자기를 배신하고 도망치던 해리를 구해주죠.
"미찌! 넌 날 살아하는구나"
미찌는 크고 축축한 혓바닥으로 해리의 볼과 귀를 마구 ?아줍니다.. 가슴찡함...
해리와 미찌를 친구로 만들어 준 것은..
엄마를 잃어버린 어린 소년의 상실감과, 두 새끼를 놓쳐버린 어미곰의 본능적 유대감 같은 것이었을까요?
해리와 해리의 아빠,
미찌와 두마리의 새끼 곰,
해리의 아버지는 이 세상 무엇보다 귀한 아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고,
우리에 갖힌 두 마리 새끼곰을 기꺼이 어미곰에게로 돌려보내줍니다.
푸른초원을 자유롭게 뛰는 그리즐리 가족들의 평온과 해리와 미찌의 못내 아쉬운 이별..
"미찌.. 나도 널 좋아하지만,
나도 아버지가 필요해...."
두 아이와 함께 본 이 영화는요..
때리고 부수고 총부리를 겨누는 화끈한 영화들 틈에서 관객이 너무 너무 없었고, 흥행부진이더라구요..
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고, 참말 오랫만에 맑은 눈물을 떨구게 해 준 영화였답니다.
꼭, 한번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