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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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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봄이.....


BY bibianle 2001-02-19

날씨가 화창하여 창문 활짝 열고
겨우내 묵혀두었던 먼지를 탁탁 털어 말끔이 청소하고

햇볕이 아까워 아직도 깨끗한 이불이랑 커텐을 걷어 씻어
햇볕쬐는 앞마당 빨래줄에 널어 놓으니
내마음이 다 상쾌하다.

밖으로 나오니 제법 봄기운이 포근하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승학산 자락에도 봄기운이 물씬 풍긴다.
나뭇잎도 제법 푸른빛을 띄우고 강변길 줄지어 늘어진
개나리 줄기에도 봄이 오고 있다.

내려다 보이는 낙동강하구에는 자그만 어선들이 움직이고
하늘을 쳐다보니 맑고 푸르고 뭉게구름 둥실 떠 있는게
한폭의 수채화다...

갑자기 이젤이랑 물감이랑 들고나와 을숙도에가서
그림이나 그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딸아이랑 가끔씩 같이 스케치도 하면서 여행을 다녀서 그런지
요즘도 그런 사치스런 생각에 젖는다.

지금은 생활에 여유가 없어 하루 24시간도 지나가는게
아까워 쪼개 쓰면서도 가끔씩 망상에 빠진다.

그럴때마다 나오는건 한숨뿐이면서....

떠오르는 잡념들을 머리를 흔들어 털어 버리고
시장으로 향했다.

지나다니는 여인네들의 차림새가 가벼워지고 화사해졌다.

봄나물을 파는 할머니의 꺼칠하고 두터운 손에서
삶의 애환을 느끼면서도 봄을 느낀다.

아는척하며 옷자락 당기는 할머니의 손짓을 거절 못하고
쑥이랑 냉이랑 조금씩 사고....

시장통 돌아 나오는 길목에 있는 순대집에 들러
아줌마의 반기는 소리 곁들여 애들이 잘먹는 순대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 발걸음은 가볍기만 한데...

내마음은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어니 겁부터 난다

방랑벽인지 봄이와서 날 유혹하는건지....

이제는 모든걸 포기할때도 되었건만 아직도
삶에 미련이 많아서 그런지 이렇게 안타까워한다.

나에게도 봄이 올까 올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