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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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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키우기 12 -잠자기전의 버릇에 대해서...


BY 다람쥐 2001-01-13

민은 졸리우면 하는 버릇이 있다.
오른쪽 엄지 손가락 빨기와 옷이나 수건등에 붙어있는 상표를 만지는 것이다.
처음 손가락을 빨기 시작한 것은 태어나고 한달이 못 되어서 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몸조리하기 위해 친정에 누워 있는데
민이가 손가락을 빤다며 민 이모가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은 정말 주먹만한 아이가
손가락을 빠는 모습은 정말로 천사와도 같아 보였다....못 모르는 그때에는..
공부한 바에 따르면 아이가 손가락 빠는 현상은 일시적은 현상이므로
굳이 하지 못하게 할 필요 없이 손 놀이를 하게되면 점차로 소멸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난 굳이 말리지 않았었다...
저 나름대로의 의사표현이거나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라고...
그렇지만 지금은 만일 손가락 빠는 모습을 본다면 그 즉시로 말릴 것이다.
처음에 못하게 하는 것이 나중에 버릇으로 자리잡은 것을 고치기보다는 나으므로..
그 버릇을 고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손에 작은 벌래가 있는데 손가락을 빨면 민이가 그 작은 벌래를 먹는거야
그 벌래가 배 속에 들어가 배를 아프게 하지...'
의 원초적 설명부터 시작하여 쓴 약을 손가락에 발라놓기...
그리하면 약 발린곳을 닦은후 어김없이 다시빤다...
손가락 빨지 말라는 말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날...20개월이 채 되지 않았을때
민과 남편과 나는 동물원에 구경 가게 되었다.
거기서 우리의 은인인 긴팔 원숭이를 만나게 되었다.
아기 긴팔 원숭이가 민처럼 손가락을 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원숭이가 민처럼 손가락을 빠네...'
그것을 본 민에게도 충격이었던 것 같다.
주변에 자신이 본 사람은 손가락을 빨지 않으므로..
손이 입에만 들어가면 '원숭이도....'
그날 이후로 민은 손가락을 안 빨게 되었다...

라벨 만지며 자는 버릇은 5살이된 지금까지 고치지 못했다.
라벨도 아무 라벨이나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약간 실크 감촉이 느껴지는 하늘 하늘한 느낌이 나는 것...
처음에 빨래를 빨래대에 널어 놓았는데
민이 기어가서 가져온 것이 내 팬티 였다...
그것에 작은 라벨이 붙어 있었는데
그 라벨에 손가락을 걸고 얼굴에 부비며 좋아하는 것이었다.
너무 창피해서 다른 것을 가져다 주어도
어느샌가 다시 나의 그것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래서 할수 없이 라벨을 떼어다 수건에 달아 주었다.
지금도 라벨을 만지며 잔다.
물론 피곤해서 그냥 잘때도 있지만
졸린데 잠이 안오거나 잠 안 오는데 자라고 하면 어김없이 라벨을 찾는다.

얼마전 시댁에 잠깐 민을 맡겼었다.
라벨을 챙겨야 했는데 잠깐이라 잊고 말았다.
할머니에게 라벨을 달라고 했었나보다.
할머니. 이것 저것 민 맘에 드는 라벨을 찾아 대주다가
끝내는 할머니의 속옷이 맘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 다음날. 같이 시댁에 가니
어제 그 라벨을 달라고 민이가 조르고...
어머님은 안된다고 하시고....
알고 보니 그날 그것을 어머님이 입으셨다고 주실 수 없으시다나...

정말 엄마 얼굴 뜨겁게 하는 걸로 모자라
이번엔 할머니까지...

그 버릇은 언제쯤 고칠 수 있을까...
고쳐질 것을 기대하며 그날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