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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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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냉동구역(#)


BY 잠만보 2000-12-24

가만 있자니 자꾸 스팀이 무럭무럭 올라 견딜 수가 엄따.
지가 귤을 와 떤지는데? 기가 막혀서...
귤 떤지놓고는 무안하니깐 방에 휭~ 드가서 잠을 자?
에궁에궁...저 눔의 밴댕이 소갈딱지하곤...에잉~
남들은 클스마스 이브다, 모다 하여 평소에 없던 정도 내고 ,
선물도 주거니 받거니 하고,
부뉘기 존 데 가서 근사한 외식도 한다는데...
클스마스 이븐날 이기 머꼬?

오늘 오후 시댁 방문 스케쥴이 다음날로 변경되었다.
'그래서 잉간이 심사가 꼬였나? 저거 엄마보고 잡은데 몬 봐서?'
점심 때 부터 피자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하는 아들의 의사를 따르고 싶었으나,
우리의 취향에 맞는 메뉴가 없고, 또 전화하니 영업을 안해서,
걍 있는 밥 한 술로 점심을 떼웠다.
저녁도 글타.
서로 먹고 싶은 것을 적어보니, 세 명이 각각 달랐다.
아덜은 햄버거, 난 중화요리, 남편은 복어찜!
이래갖고 무신 외식을 하노?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하재.
어영부영 시간은 자꾸 흐르고,
배에서는 꼬로록꼬로록 합창을 하는 지라,
어쩔 수 없이 주부의 의무를 다하고자 부엌으로 향했다.
대충 된장국 뚝딱뚝딱 만들어선 있는 반찬 대충 채려 먹었다.
점심 때 먹다 남은 식은 밥을 전자렌지에 데워 먹고 나니, 배 터질라 캤다.
모든 잔반은 내 차지다.
먹다 남은 밥, 국, 찌개, 반찬! 진짜+정말로+억수로 먹기 싫다!
내가 머 잔반 처리대냐? 음식 찌꺼기 다 끌어넣게?

며칠 전에 돼지고기 싸먹는다고 사놓은 특수채소가 냉장고 안에 있길래,
더 시들어 버리기 전에 묵어 치워야 겠다 싶어 씻어선 썰어서
마요네즈에 버무려 밥상에 놓았더만, 남편이 궁시렁거리면서 묵었다.
'묵지를 말던가, 잔소릴 말던가...묵으면서 잔소리는 와 하노?'
"이거 안묵나? 냉장고에 몇번 들락거리다가 결국 쓰레기통에 버릴 껄?"
"내 지끔 배 터질라 카는데 우예 묵노? 이 밥그릇 안 보이나?
두그릇은 될끼다. 식은 밥 남은 거..."
은근히 제때 음식 안만들어주는 나를 비꼬는 말투다.
"............."
"............."

그 전까지 크리스마스 특집 TV프로그램 보면서 분위기 화기애애하고 좋았는데,
졸지에 썰렁한 저녁이 되었다.
좋아하는 연속극 좀 본다고 앉았으니,
아덜이 양말 한짝을 벗어선 사람 얼굴 앞에다 들이 미는 등, 장난을 치고,
TV 앞에서 알짱알짱거림서 사람의 신경을 깔짝깔짝 긁는다.
정리하고 치워놓은 집이 주말만 되면, 세식구 사는 데도,
금새 여기저기 아덜의 장난감과 과자 부스러기, 책, 학용품으로 구질구질해 진다.
사람 앉으라는 소파엔 인형들과 장난감이 뒹굴고 있고...
불현듯 꼭지가 팽~ 돌면서, 소리를 빽~ 질렀다.
"이거 정리 제대로 좀 몬하나? "
하면서 소파에 얹힌 인형들을 휘릭휘릭~ 부엌 쪽으로 던졌다.

옆에서 아덜에게 잔소리하는 날 지켜 보던 남편!
갑자기 냅다 귤이 든 꺼먼 비닐과 손에 잡히는 인형들을 휙휙~ 던졌다.
졸지에 거실 바닥엔 먹고 담아놓은 귤껍질과
중력과 가속도를 이기지 못한 귤들이 처절하게 울고 있었다.
그것들을 치우고 걸레질을 하자니, 내 가슴 속에서도 빗물이 흘렀다.
'잉간이? 묵을 것을 떤지다이...니는 와 떤지는데? '
속에서 울컥하면서 불이 화르르 치솟아 올랐지만,
뒤 쪽에서 우리 둘의 눈치만 보고 있는 아들 때문에 내가 참았다.
'자슥이 몬지...안그람 내 승질 알쟈? 클스마스 이브에 이기 다 머꼬? ㅠㅠ'

낑낑대며 밥상차려 주었더니,
(저녁값)2마넌 벌었다며 좋아하던 잉간이 우째 저래 돌변할 수 있을꼬?
'자기 아덜이라 이거쥐? 흥!!! 니 아덜이냐? 내 아덜이쥐~'
이 잉간은 내가 아덜에게 잔소리를 하면,
자기에게 잔소리하는 것도 아닌데, 눈에 쌍심지를 켠다.
드르버라~ 드르버라~ 누구는 승질엄나?

오늘 낮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정답게 두 손 꼬옥 잡고 걸어가는 신혼부부 한쌍을 보았다.
두 사람의 얼굴은 웃음이 가득한 것이 보기만 해도 좋고,
옆에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듯이 보였다.
"아~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그쟈?" 하니까...
"아니..."
"뭐시라? 없었다꼬?"
"그래!"
"진짜재? 후회 안하재?"
"글타니까..."
U..E..C...잉간이? 한번도 저런 시절이 없었다꼬?
모 이런 잉간이 다 있노?
그 야기를 들으니까 은근히 부아가 끓어올랐다.
"오늘 점심, 저녁은 걍 밥하고 김치다!"
"그래~ 밥하고 김치! "
잉간이? 아무리 그래도 글치! 우째 그런 소리를 뻥뻥한단 말이고?
뭣땜시 결혼했노? 씩씩~

신혼시절 그저 내 옆에 있고 싶어서 은근한 눈길을 수시로 보내며,
명절날 시댁 부엌에서 일하고 있으면,
그저 안스러워 엄마, 형수 눈치보며 부엌나들던 그 남자가 저 남자 맞나?
모 이런 남자가 다 있노?

산타할부지요!
지한테 선물은 안주시도 되는데요.
이 밴댕이 소갈딱지 남자요,
추븐 나라에 델고가서 잉간 쫌 맹글어서 보내주이소! 예? *^^*
(하늘에서 개미만한 소리 에코~)

그 나물에 그 밥이라꼬예?
허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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