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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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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꾸락을 안으로 접으며..


BY 오날 일기 2000-12-09

2000.12.9

아침부터 부어 있었다.
나의 맘을 헤아려 주지 않는 그이도 야속했지만
이러기도 저러기도 애매한 나의 입장이란게
답답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해 웃음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힘들게 새벽잠을 참아가며
국을 끓이고 반찬을 했다.
근데 그이가 밥상머리서 여자가 인상 구기고 있다고
숟갈을 놓고 그냥 그대로 출근을 하는 것이다.

남의 맘 아니 마누라 맘 헤아리고 위로는 못해 줄 망정
염장을 지르고 가는 그의 뒤통수가 얄미워
내다 보지도 않았다.

그래 오늘 하루 게임이지 뭐..
오늘이면 결판이 날건데 뭘..
길게 고민하지 말자..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게 되겠지 뭐..

그러면서 오전 내내
컴 앞에만 매달렸다.
나 속상해요 코너를 거의 다 읽다시피 해 보았다.

시댁 문제 남편에 대한 불만 육아 건강 자기발전 등등
대충 내용들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결 같이
손가락을 상대를 향하고 있었다.
비판을 하자치면
이세상에 그 누가 도마에 안 오를 이가 있을까.
그누가 내맘을 다 만족 시킬까.
나 자신도 다 맘에 안드는데..

밖으로 향해 있는 손가락들..
그러고보니 내 손꾸락도 밖으로만 펴져 있는 것이다.

애써 손꾸락을 내쪽으로 힘들게 굽혀 보았다.

어떤 환경 어떤 사람에 맞딱들일지라도
내할 도리인것을.. 내가 개척하고 적응할 문제인것을..
그들은 항상 고대로일진대..
내가 변해야지 암, 내가..

문제는 내가 준비돼 있지 않다는데에 있었다.
누구의 탓도 아니요
그가 등떠미는 것도 아니다.
내가 못할 요량인 것이지..
내가 나를 못챙기는 것이고..

맘같이 욕심같이 푸근히 나를 채우는 사람이면
무엇보담 좋겠지만 어쩌겠나
받아들여야 될 현실이라면..

나의 현실에 대한 객관적 눈도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마땅히 감사할건 감사할 줄도 알고..
내게 어떤 것이 감사인줄도 모르면서
무슨 불만을 또 하랴.

불편한 심기가 신경쓰였는지 그가 전활 했다.
이러저러하게 풀긴 했지만
갑자기 오한과 두통에
아무것도 못하고 들눕는 상태가 발생했다.

이렇게 무력한 내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든 그간의 갈등은 결판이 났다.

좀더 삶에의 충실과 내실이 필요하다는 걸 깨쳐 주신 하루였다.

빨리 털고 이젠 제자리로 다시 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