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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연합회보에 쓴 '아줌마가 본 드라마 아줌마' 평론입니다.


BY 영자 2000-12-09

PD연합회보에 제가 쓴 '아줌마가 본 드라마 아줌마' 평입니다. 여러분의 의견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쓴 평이긴 하지만 이 또한 제 주관적인 평이다보니 또 다를 수도 있겠네요.
그저, '아, 저사람은 저렇게 보는구나' 라고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짧은 글솜씨지만, 제 글을 실제 방송 PD들이 보고 조금이나마 우리 아줌마들의 바람을 읽어주길 바라고, 정말 아줌마들에게 유익한 드라마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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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호 : 2000년 12월 7일 발행

방송 비평- MBC <아줌마>를 보고
아줌마가 본 드라마 <아줌마>

대한민국의 한 아줌마로서 그리고, 늘 아줌마들의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는 나로서는 드라마 <아줌마>가 방영되기 전부터 남다른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작가가 아줌마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내고자 하는가가 나에게는 큰 관심사였고 우리 아줌마 닷컴을 찾는 아줌마들 역시 드라마 <아줌마>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대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드라마 <아줌마>의 시놉시스에서는 이미 유식남과 무식녀라는 설정과 남고여저의 기본바탕 위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학력의 차별에다가 여성의 성적인 불리함까지 덧붙인 극단적인 부부관계의 설정을 보며 다소의 실망감과 함께 과연 작가가 의도하는 아줌마의 반란이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해 적지 않은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아줌마>가 방송되던 첫 날, 많은 아줌마들이 기대를 가지고 드라마를 보았고 그 이튿날 TV평론 방에 올라온 아줌마들의 평은 무척 실망스러웠고, 나 역시 도대체 왜 작가는 ‘원미경’이라는 존재만을 ‘아줌마’로 대표화 시킨 것인지…, 극중에 출연하는 다른 교수 부인이나 고상한(?) 시어머니는 아줌마가 아닌 양, 우리 시대의 결혼한 기혼여성을 아줌마와 사모님으로 양분해 놓은 듯한 느낌을 받으며, 여기에 작가의 아니 이세상 대부분 남자들의 편견이 들어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줌마는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아내이자 누이이자 어머니인 것을….




뻔한 기본설정에 실망


지난 주부터인가 대본대로 아줌마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돈으로 산 대학교수 자리, 그런 남편의 외도, 그에 대한 시댁식구들의 뻔뻔한 태도…. 마침내 이혼을 선언하는 삼숙을 보며 많은 아줌마들이 “삼숙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편 식모처럼 살아온 아줌마의 자아 찾기가 왜 남편의 외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했는지에 대한 아쉬운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 드라마 <아줌마>를 보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줌마들의 눈은 날카롭다.

드라마 속의 삼숙에 대해 아줌마로서 공감하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어쩌면 드라마를 보는 아줌마들에게는 공감이 아닌 이상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상황설정이 아니라면 멋지게 대리만족을 시킬 수 있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학력을 좌지우지하면서 아줌마들을 깎아 내리지 말고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당당한 한 여자로서 가정을 지키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했으면 좋겠다.

드라마로 인해 많은 아줌마들이 크게 웃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이런 이야기가 우리네 아줌마들의 솔직한 평이 아닐까 싶다.




“삼숙이 파이팅”을 외치는 아줌마들


그런데, 아줌마들은 어느 새 삼숙의 반란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그녀의 삶에 공감을 하든 안 하든 그녀 역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한 아줌마이기에 삼숙에게 용기와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식모가 아닌 부인으로 며느리로 어머니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잘못된 시어머니와 남편의 사고방식을 뜯어고칠 아줌마의 반란은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제일 안타까운 것은 전업주부로서 완벽한 일을 해내는 삼숙이 바보취급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전업주부는 무능한 사람 취급하고 밖에 나가 일해야만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가정을 지키는 아줌마들도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전업주부도 전문인으로 존경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어느 아줌마의 바람이다.

아줌마는 이제 더 이상 지하철에서 자리 찾아 엉덩이 폴싹 떨어뜨리고 머리에 파마보자기 싸매고 뛰어다니는, 남편 말이 하늘이고, 시어머님 앞에 무조건 순종하는, 혹은 무지막지하게 무식한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어느 네티즌 아줌마의 주장에 무척 공감이 간다.




달라진 아줌마상 보여주길


난 이제 아줌마를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줌마는 지하철에서 남의 아이를 위해 자리를 양보할 줄도 알고 과감한 패션센스도 있으며 남편의 잘못된 부분을 꼬집을 줄도 알고, 시부모와의 트러블도 요령껏 잘 풀어내고, 인터넷을 하며 자신의 특기나 취미를 살려 인생을 즐겁게 펼쳐가기도 하고, 아나바다를 이용해 알뜰살뜰 살림을 꾸릴 줄도 아는…. 더 이상 무기력하고 남편이나 시댁에 얹혀 사는 밥이나 축내는 식충이가 아니란 것이다! 라고 주장하는 이 아줌마와는 달리 왜 매스컴은 여전히 전 근대적인 아줌마상만 쫓고 있는 것일까?

“이제 매스컴에서부터 개혁된 아줌마의 모습을 조금씩 우리 사회에 세뇌시켜주길 정말 간절히 원한다. 왜냐하면 내가 아줌마니까”라는 말로 드라마 <아줌마>에 대한 평을 마무리했다. 나 역시 남편, 시부모와의 관계 속에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한 아줌마로서 주인공 삼숙이가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삶의 전기를 마련하게 되기를 바란다.

다만, 처음의 우려와 마찬가지로 아줌마라는 단어가 특정 그룹에 대한 대표성을 띠는 단어이니 만큼 결코 편협된 시각에서 그 주제가 다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아마도 드라마 <아줌마>를 지켜보는 아줌마들도 대중매체에서 보여지는 아줌마의 모습이 마치 자신의 모습, 아니, 대한민국 아줌마 전체의 모습으로 대변되는 오류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