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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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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BY 김영숙 2000-07-10









부부는 무엇일까?
남남으로 만나 아이낳고 기르면서 미운정, 고운정
묻은 관계. 그게 정말 무엇일까?
나는 모르겠다.그를 향해 거침없이 내 뱉는 언어들이
참으로 무섭고 기가 막힌다. 우리들의 날서린 언어들은 참으로 무섭다. 어느 원수가 그럴 수 있을까 싶다.
왜 이렇게 살아가야 할까?
온전히 그를 미워하는 건 정말 아닌데 그러나 정말 그 남자가
밉다. 이리저리 잘게 금내어 추스려 보면 고마운 구석도 미안한 구석도 있다. 금가루를 골라내듯 그와 함께 했던 날들의 편린을
떠올려 본다. 그속에는 목마른 그리움으로 지새우던 밤도 있었고
그의 큰 손안에서 느껴지던 그 무덥던 여름날의 체취도 있다.우린 분명 사랑했었고 함께 하길 원했었는데. 언제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이렇게 시린 바람끝자락을 잡고 마주 앉았을까?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이제 우리는 서로 치장하지 않는다.
언어를 고르지 않으며 향내를 내기 위해 더이상 분을 바르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두갈래 길을 말없이 가고 있다. 다만 서로를 향해 방해가 되지 않기만을 바래면서.
해가 지면 기다려 지는 그의 큰 발자국소리들. 그 든든함.그것들을 결코 나는 포기 할 수는 없음을 안다.
사납게 달려가 매달리는 어린 아들을 성큼 안아 올리는 그의 굳센 어깨를 아직은 거부할 수 없으면서도 그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나는 정말 무엇인가.
우리는 이렇게 틈사이로 새어드는 바람결에 가슴을 할키우면서
서로를 포기하지 못한채 언제까지 살아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