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밥먹는 시간이 젤 즐겁고 잠자는 시간이 젤 좋다
 밥!
 아무리 빵이니 냉면이니 국수가 좋다고 해도 몇십년을
 묵어도 질리지 않는건 밥밖에 없다.
 그래서 난 낮에 나혼자 있어도 여자들이 흔히 하듯
 물에 말아서 대충 먹는게 아니라 있는거 없는거 다
 꺼집어 내어서 한상 차려놓고 폼나게 해서 먹는다.
 왜?
 지금 이순간 먹는 밥은 내 인생에서 두번다시 못 찾아
 먹을거란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울 남편하고 밥을 먹을때도 난 이거 맛있어요?
 저거 맛 어때요? 요렇게 절대 안묻는다.
 내가 먼저 선수를 치는거다.
 
 된장을 먹어도 걍 먹는게 아니라 "우아 된장맛 쥑여준다"
 김치를 새로 담그면 "이런 김치 맛 봤어요? 묵어봐. 끝내준다"
 순 자화자찬인줄 알지만 난 원래 인간이 좀 그렇다.
 밥 묵으면서 온갖소리. 온갖 자랑 다 한다.
 내 남편한테 내 자랑 내 하는데 누가 뭐랄까?
 뭔 특별한 국을 끓여도
 "이 국 함 무거봐요. 말이사 바른말이지 국 이정도
 끓이는 사람 나말고 있슴 함 나와보라 그래"
 사실 먹어보면 별 맛이 없는데도
 "식당 같은데꺼 맛있지 싶지?  그거 알고보면 다 미원 넣은거야
 그런거 암것도 안넣고 이 정도 끓이면 완전 솜씨 쥑여주는거다"
 그러면서 울 남편 한숫갈 떠 묵어면 숨 돌릴틈도 없이
 "맛있지? 맛있지?" 를 연발한다.
  맛있든 없든 울 남편 얼결에 "그래" 대답을 하고
 그러면 난 또 기고만장 해서 온갖소릴 다 한다.
 "사실 내가 얼굴이 좀 안받쳐줘서 글치. 음식잘하지(사실은 별로다)
 아들. 딸 잘 낳아주지(누가 안낳은 사람 있남? 히히) 돈 쪼매
 벌어줘도 살림 잘하지(요건 진짜다) 뭐 나무랄게 있어?"
 그리고는 낄낄낄....
 이러면서 밥을 먹다보니 울남편 습관이 되서 조용하게 밥 먹으면
 재미도 없고 소화가 안되는 모양이다.
 "오늘은 왜 시조 안 읊퍼?"
 "응. 안그래도 지금 레프토리 준비중이다"
 별 말이 없는 남편인데 말 많은 여자하고 살다보니
 다 베렸는 모양이다.
 하긴 뭐 그 나이에 베려봤자지 새 장가 갈일 있남.
 오늘도 난 비지를 끓여묵으면서
 "이거 이정도 끓이는 사람 나 말고는 없다. 묵어봐. 묵어봐"
  진짜 잘 끓이는 사람이 봤으면 기절 초풍할낀데....
 이것도 공주병인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