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94

슈퍼에 간 형제......


BY 장미 2000-11-07

슈퍼에 간 형제....

요새 우리 두 녀석들은 부쩍 우유를 많이 찾는다.

일주일에 세개씩 들어오는 우유가 모자라서 한두개씩은 슈퍼를

이용해야하는데 마침 오늘도 저녁무렵 우유가 떨어졌다.

둘째녀석의 우유찾기가 시작돼고 저녁준비에 바쁜 나머지 녀석들

을 슈퍼로 심부름을 보냈다.

가끔 자기들끼리 슈퍼로 뭘 사러 가는걸 재밋어 하는 녀석들이기

에 군말없이 가뿐히 나섰다.

1.8리터짜리를 사오라고 시키고 삼천원을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형아손을 꼭 붙들고 가겠다는 민혁이의 다짐을 받고 완전무장을

시켜 밖으로 내보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간지 거의 30분이 다 되도록 오지를 않는거
다...

민혁이 걸음으로 형아를 따라가면 시간이 꽤 걸릴거라는거 짐작

은 하지만 오늘은 유난히 늦다.

이거 무슨일이 있는건 아닐까?

혹시 민혁이를 잃어버린건 아닐까?

연신 베란다를 쳐다보고 밖에나가 불러보고....

심부름 보낼때마다 이렇게 조마조마해하면서 오늘도 또 이렇게

내보내고 말았네 후회스러운 맘이야 가득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게다가 슈퍼 전화번호가 있는 상가책자가 오늘따라 왜이리도 보

이질 않는건지....

막 슈퍼로 달려 가려고 하는데...

놀이터쪽에서 녀석들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민혁이의 울음섞

인 목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민준이 녀석에게....

"왜 이렇게 늦었어? 무슨일 있었어?"

하고 물으니깐....

"아니..... 민혁이가 총사달라고 막 쫄르자나..."

한다..

그러고보니 민혁이 녀석은 연신 뒤에서...

"총사죠 총....빨리 총사죠..."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사탕이 들어있는 총을 말하나보다...

전에 지 친구가 먹고있는거 보고서는 자기도 가지고 싶었나보

다..

아 이제야 늦은 이유를 알것 같았다.

*^.^*

민혁이 녀석은 그거 사달라고 쫄르고 민준이 녀석은 안된다고 실

갱이 하고있는 모습이 영화처럼 선명히보였다.

울 민혁이 떼보가 떼부리면 장난이 아닌데 민준이가 어떻게 이겨

냈지?

아마도 형아앞이라서 강하게 많이는 못 쫄랐나보다....

"우유사고 300원밖에 안 남았는데 총은 500원이나 하는데 자꾸

사달라고 하자나...."

녀석 얼마나 난감했을까?

"근데 어떻게 데리고 왔어?"

"음 슈퍼 아저씨 덕분에... 아저씨가 빨리 가라고 안가면 혼내준

다고 하니깐 "

"민준아 그럼 500원 있었으면 어떻게 할라고 했어?"

"사죠야지....뭐.....쫄르는데 어떻게... 사죠야지..."

한다.

어쭈 이럴땐 제법 형노릇을 한다.

평소 동생이랑 하루도 조용히 넘어갈새 없이 싸워대고 울고 난리

치면서도 지들끼리 있을때는 아마도 형아라고 동생이라고 서로 ]

의지하고 있는가 보다.

집에서는 동생을 아낄줄 모르는 민준이때문에 무척 속이 상했었

는데....

그래서 민혁이 녀석도 지 형아보다도 형아 친구 강호만 보면 좋

아서 난리다.

시키지 않아도 뽀뽀해주구 안아주구 따라 다니구...

아마도 위에 누가만 있구 동생이 없는 강호가 민혁이를 무지

귀여워 해주고 잘 데리고 놀아준 때문이리라...

한편 또다른 지 형아 친구 현우는 무척 싫어하는 눈치다.

매일 때리고 장난감 뺏어가고 동생이라고 아낄줄 모르는것이 거

의 민준이랑 같은 과다 보니깐.

그런데 이런 까닭은 모르고 민준이녀석 지보다도 지 친구를 좋아

하는 민혁이만 구박이다.

그일로 민준이가 무지 삐졌었다.

그런데 둘이서만 있을때는 잠재되있는 형제애가 발휘돼나보다.

기특하게도.....

얼마전에는 이런일도 잇었다.

그날도 슈퍼로 둘이 심부름을 갔었다.

하도 안오길래 복도쪽 아래 주차장을 내려다 봤더니만 민준이는

앞에가고 한참뒤에 민혁이가 울고 서있는 것이다.

"민준아 빨리 가서 애기 데리고 와....."

"엄마 나 똥마려 죽겠단 말야....근데 민혁이가 빨리 안

와......"

"알앗어 엄마가 금방 내려갈게...기둘려..."

난 급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급해하는 민준이에게 열쇠를 주고 얼른 화장실 가라고 하고 민혁

이 한테 갔다.

"엄마 형아가 내 손 안잡아죠....형아 나빳어...."

한다.

우는 민혁이 녀석을 달래서 집으로 들어왔다.

근데 이게 또 무슨일이란 말인가?

민준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억울한듯한 울음 소리가....

"민준아 왜그래?"

"앙~난몰라....너무 급해서 여기에다가 똥 싸버렸어....난몰

라...앙~"

하며 큰소리로 울고 있었다.

세상에 변기통에 체 앉지도 못하고 그 앞에다가 싸버린 것이

다....

바지를 내리다 말고.....

그정도의 상태였으면 슈퍼에서부터 참으면서 얼마나 속을 태우면

서 집으로 왔을까?

그런데 급한 형아의 마음은 모르고 이 세살짜리 꼬마녀석은 손안

잡아주고 빨리만 가는 형아가 원망스러워 오다말고 길거리에서

멈춰섰으니.....

우리 민준이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난 나오는 웃음을 진정하지 못한채 민준이의 거시기를 치우면서

속상해 하는 창피해하는 민준이를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형만한 아우없다고 자기가 없으면 집으로 혼자오지 못하는 동생

이라는걸 잘 알기에 차마 두고 오지 못하고 참다가 이련 변을 당

했으니.....얼마나 황당했을까?

게다가 이불에 오줌한번 안싸는 옷에 물한방울이 떨어져도 안입

는 우리 깔끔이 민준이이기에 일어난 이 불상사가 얼마나 가슴

에 큰 상처로 남을까?

우리 민혁이를 그 일로 미워하게 돼지는 않을까 화풀이를 하지

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녀석 그래도 형아라고 두번다시 그 이야기

는 꺼내지 않는다. 아마도 자신의 그 부끄러움이 더 커서인지

도.....

어릴적 초등학교 5학년때던가 사촌언니랑 419탑으로 놀러를 간적

이 있었다.

아마도 언니가 택시를 잡아놓고서는 빨리 타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무얼로 삐져있던나는 말을 안듣고 계속 혼자서 걸어갔

었던거 같다.

그래서 화가난 언니는 나를 길바닥에다 그냥 버리고 택시를 타

고 가버린적이 있었다.

(옴마야...이거 얘기하면 안돼는데 아마도 울 신랑이랑 동네 아

짐들이 보면 민준이랑 민혁이 잘 삐지는게 나닮아서 그란것이라

고 한마디씩들 할텐데....클낫당....)

순간 뜨끔했지만 울 동네까지 갈수있다고 자신하고 눈물한방울

안흘리고 신창동인 우리집까지 걸어 간적이 있었다.

집에 도착해보니 너무 화가난 사촌언니는 혼자서 걸어온 나를 보

자마자(아마 걱정이 돼긴 됐나부지?) 이제는 자기네 집에 간다

고 가방챙기고 난리고 날 버리고 왔다고 엄마한테 무지 혼나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민준이의 심정이 울 사촌언니처럼 그냥 버리고 오고만 싶지는 않

았을까?

그때 나야 다 커서 큰 걱정은 안했겠지만 아직 어린 민혁인지라

그러지 못했는지 녀석은 지가 피해를 보고 끝까지 울 민혁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던 거였다.

그런 형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철부지 민혁이 녀석은

할머니가 오자...

"할머니 형아가 총 안사죠쇼....형아 바보야....형아 혼내죠"

하며 일른다.



팁으로 요새 우리 민혁이가 잘쓰는말...
누가 자기한테 야나 너라고 하면
"야라고 하지마"
"그럼 뭐라고 해?"
하면
".....민혁이라고 해..."
한다.
자기가 제일 잘 쓰는 말이 바보야면서 누가 자기한테 그러기만 하면....
"바보라고 하지마.....민혁이라고 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