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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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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 속에서


BY 샤인 2000-08-16

그들은 잠을 잘 수 있었을까?
그제밤에도 설쳤을테지만 분명 어젯밤도 제대로 잠을 못잤을 것이다.
한세월 다 보내고 반백이 된 모습으로 부모 형제를 만나는 그 분들
오열하는 속에서 함께 눈물 쏟으며 그렇게 T.V앞에 있었다.
과연 역사적인 날이었다.
2000년의 광복절은...
이번의 만남이 초석이 되어 계속 이어져서 이산의 아픔을 가진 모든 분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는 그런 역사를 써가게 되길 바란다.

한강에선 축하의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뉴스를 보며 알았다.
얼른 복도로 나가봤다.
저만큼 보이는 63빌딩 너머에서 아름다운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얼마만에 실제로 보게되는 불꽃놀이인가...

나 어릴 적에
T.V는 커녕 라디오도 제대로 없는 우리집에서
일년에 한번 환상적인 장면을 리얼하게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
내고향의 시민의 날인 10월15일 그러니까 전야제를 하느라 14일밤이었다.
그때가 되면 밤공기가 제법 차가워서 밖에 나갈땐 춥기도 했었다.
오늘 불꽃놀이 하는걸 보니 연속적으로 갖가지 모양으로 터지는 모양을 보며
예전에 집뒤에 나가 이불쓰고 보던 불꽃놀이가 떠 오르는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하나의 불꽃이 터지고 나면 얼마를 기다려야 다음 불꽃이 터졌다.

정확한 시간 간격을 두고 터지는게 아니고 간헐적으로 터지는 불꽃을
마냥 기다려야 함에 지루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도 아깝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너무 추워서 이불을 둘러쓴 어깨를 자꾸만 추스리면서...
그 환상적인 여러가지 모양의 불꽃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넋을 빼았겼었는데
이밤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움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우리 아버지도 살아계셨다면 방북단에 끼이셨을지도 모르는데..
그토록 부모님 생각에 술만 드시면 눈물 흘리시던 아버지
아버지 생각에 더 가슴이 미어지던 만남의 순간이었다.
불꽃놀이만큼 화려하진 않더라도
분단의 아픔이 이번기회를 시작으로 승화되어지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