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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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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무쓰? 다리미풀?


BY 프로9단 2000-10-23

맞벌이 부부의 출근은 전쟁과 다름없다.
은행원인 남편의 옷은 늘 칼같이 다려져 있어야 하는데, 학생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교문에 서 있어야 하는 날엔 아침시간이 거의 불난 호떡집을 방불케 한다.

"여보! 빨리빨리."
"앗! 뜨거, 이렇게 뜨거운 셔츠를 꼭 입어야 하냐?"
"니들 빵 먹어. 준비물 빠진 건 없니?"
"엄마, 엊저녁에 알림장에 싸인 하셨어요?"
"어서 가져와, 왜 이제서야 그 소리를 해?"
한쪽 다리에 스타킹을 올리며, 한 손으론 우유를 입속에 들들 들이붓고 있는 거울 너머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은 우아하고 정열적인 캐리어우먼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아이고, 언제쯤이나 평화가 찾아오려나?'

급하게 먼저 간다고 소리를 지르고는 현관을 나서지만 뒷일이 궁금치 않을 수가 없다. 교문에서 거의 1시간을 서있고 나서야 한숨을 돌리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난리났었어..."
"왜?"
"애들이 오늘따라 꽤죄죄해 보이잖아. 그래서 좀 멋지게 보여주려고 머리에 무쓰를 발라주었걸랑. 근데 느낌이 좀 달라.
애들이 막 뭐라 하길래 다시 읽어 보았더니 다리미풀이더라구."
"?!"
"다시 옷 다 벗구 머리감겨 학교 보내느랴 미칠 뻔 했다...."
"은행엔 안 늦었어요?"
"안 늦었을리가 있어? 한마디 들었지..."
"알았어. 끊어."

난 이럴 때 왜 미안하다, 고맙다 그 소리를 못하는 걸까?
다리미풀과 무쓰도 구별 못한다구 구박만 몇날몇일을 했다.


*울 언니의 실화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