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복숭님의 천기누설 야그를 보고 생각난 것이 있어서요.....
이래서 나이를 먹나봐요......
제가 이렇게 될줄이야 정말 꿈엔들 몰랐다니깐요......
올 여름에 우리 이모님댁이 그 동네에 식당을 차렸슴다.......
평소에 우리 이모가 아주 잘하던 음식이 있는데 그 음식을 먹으
러 온 동네 사람들이 하도 찾아대서 "넘 맛있다....아예 식당을
차려라....장사 잘될것이다...."하고 하도 말이 많아서 이번참
에 식당을 차린것임다.
그게 무슨 음식이냐구요?
바로 보신탕임다...
식당 개업날이었슴다......
주 재료가 멍멍이 고기다 보니 수육, 무침, 탕, 전골, 모두가
다 그것으로 만든것이었슴다.....
워낙 비위가 약해서 안먹어보거는 잘 못먹고 평소에 영양탕 근처
도 못가보고 갔다가는 어쩌다가 먹구 소화 안돼서 집에서 다시
약먹고 다른거 먹구 심지어는 그 큰 덩치가 쫄쫄 굶고 와서는 저
녁 먹고 들어온다고 한사람이 커다란 바가지에 밥이랑 냉장고 다
뒤져서 김치랑 남은 반찬이랑 고추장이랑 다 떼려넣고서는 마구
비벼서 배터지게 먹는 사람이 바로 우리 신랑 이었슴다......
마찬가지로 저도 회식으로 가끔가던 영양탕 집서 엄헌 삼계탕이
나 먹구 냄새(보신탕)땜에 코막고 먹느라 소화도 제대로 못시키
던 아예 먹을 생각을 안하던 사람중에 하나였슴다......
물론 감자탕도 이런경우였다가 난중에 먹어보고 애호가가 ??전
적이 있지만서도......
달갑지 않은 메뉴였지만 같이 갔던 식구들과 분위기를 맞춰야 하
니 한상에서 같이 먹을수 밖에 없었슴다.....
우리에게 놓여진 메뉴는 수육과 전골....
근데 그날따라 우리 두 부부의 두눈과 코가 잠시 기능이상이 생
겼는지 따로 먹르라고 나온 삼계탕에는 눈이 안가고 수육이라고
얹혀져 있는 거무스름하고 기름이 좔좔 흐르는 고깃덩이에게로
자꾸 눈이 가는거였슴다.......
권하는 주위반응에 못이기는 척 억지로인척 증말로 큰맘먹고 한
점을 마늘, 생강, 들깨가루, 참기름, 겨자, 된장등 갖은 양념으
로 버무린 양념장에 찍어 집어 넣었슴다.
아주 약간의 내숭과 평소에 한없이 외쳐대던 도전의 정신으로.....
근데 이 혀끝에서 감도는 부드럽고 연한 닭고기살에 담백하고 깊
은 쇠고기 살을 짬뽕한 듯한 자극에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슴다.
아 끊임 없는 도전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 놓칠수 없는 기
회였슴다.
그것은 내입속을 자극하며 유유히 목구멍 안으러 밀려 들어가구
참을수 없는 유혹에 그동안에 갈망하고 있었던것은 아닐까 의구
심까지 들정도로 빠른 속도로 나에 의지와는 상관없는 또다른
내 자아가 젓가락을 휘져으며 그것을 내 입속으로 집어 넣고 잇
었슴다.
그때.....
앞에보니 덩치에 안맞게 깨작대며 분위기상 억지로 첫 젓가락을
머뭇거리던 울 신랑도 자신의 과거를 망각한채 마구마구 입으로
그것을 받아드리고 있었슴다.
우리는 묵언의 미소로 서로를 한없이 이해하고 있었슴다......
우리 식구를 위해 옆에 따로 마련한 삼계탕은 주인을 잃은채 하
얗게 식어만 가구(사실 드셔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멍멍이 먹다
가 닭고기를 먹었더만 왜이리도 퍽퍽하고 싱겁던지 원)....
마지막으로 남은 전골국물에 밥이랑 김치랑 야채랑 김을 넣고 참
기름 얹혀서 볶아낸 볶음밥은 고깃덩이로 기름진 입과 배를 게운
하게 마무리 해주었구 정말이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
를 맛이었슴다.
옆에서 혀를 내두르고 있는 친척들의 눈초리가(제가 평소에 쫌
멍멍이에 대한 선입견으로 멍멍이 고기 먹는 사람들을 약간은 경
멸하는 듯한 실언을 몇번 일삼았거덩요. 아마도 다들.....아시
져?) 신경은 쓰였지만.....
순간 스치는 어렸을때 매일매일 배추랑 풀을 주며 키우던 옆집
토끼가 그날 그 아저씨의 생일상에 떡하니 올라가 있는 것을 보
고 분개해 며칠을 울어대던 내자신의 순수했던 시절에 서글픈
종지부를 찍고 합리적인 명분으로 나의 도전을 아름답다하고 있
는 내자신을 발견했슴다.....
집으로 돌아오는 우리 부부에게는 너무도 뿌듯한 하루였슴
다........
그날밤.......
우리 부부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다들 아시져?
(아마도 나의 복숭님이 제일 먼저 눈치를.....)
우리 신랑 하는말.....
"우리 한달에 한 두번씩은 꼭 애용하자....."
그뒤로 평소보다도 더 자주 이모님댁을 찾는 우리를 볼수있었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