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자과에 속한다.
근데 부자는 부자인데 돈이 많은 부자같음 얼매나 좋겠나마는
돈하고는 거리가 먼 딸 부자이다.
연년생으로 내리 딸 셋을 주루룩 낳았다.
첫딸은 살림 맡천이고, 둘째가 아들 같았으면 세번째 딸은
세상구경도 못했을낀데 줄줄이 사탕처럼 낳았다함 딸인걸 어쩌랴.
첫딸은 진짜 멋모르고 낳았다. 아들. 딸 구별같은건 하지도 않았는데
울 시댁에선 첫 아들을 무지 기대를 했나보다.
난 딸이라도 이쁘기만하고 좋기만 했는데...
병원에 오신 울 시어머니 첫 말씀이
"고마 아들을 하나 쑥 뽑았슴 좋았을낀데.."
그말이 무지 섭섭했다. 애가 뭔 가래떡인가? 쑥 뽑게...
당신도 딸을 6명이나 낳았으면서 어찌 그런말씀을 하시나 싶었고..
딸낳고 특등실에 있었다고 울 시누이들 눈치가
"가시나 낳았는데 뭔 특등실이나...?"
그래서 엄청 열받았다. 지가 돈내주나 싶었고...
둘째딸은 가졌는줄도 몰랐다.
첫딸 낳은지 3개월만에 가졌는데 입덧인줄 모르고 소화가 안된다고
노상 활명수를 마셨다.(그래서 둘째가 좀 가무잡잡한건가?)
배가 불러오길래 병원갔드니 임신이란다.
근데 예감이 꼭 아들같았다.
배가 불러오니 두둥실하고 다들 보고 아들배라길레 나도 100%
아들이라고 믿었다. 빨리 낳아야지.
딸. 아들 남매면 놀러댕기기도 좋고...
직장에 다닐띠라 산전휴가 2달 받으면서 상사에게
"꼭 아들낳아 턴 할께요" 하며 인사까지 했다.
한국에 온지 얼마안된 그 상사는 왜 꼭 아들을 낳아야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고...
암튼 예정일보다 1주일 늦게 나왔는데 세상구경 시키고보니
또 딸이었다. 그때는 딸인건 괜찮았는데 시어른들 보기가
좀 민망했다.
울 시어머니 실망해서 애 얼굴도 제대로 안보고 가버렸는데
두고 두고 울 신랑한테 그걸 씹어댔다.
세번째 애를 또 가졌다.
진짜로 집이 기차길옆 오막살이도 아니었는데 애는 왜 그리
잘 들어섰는지 알수가 없어...
설마 이번에사 했다.
근데 또 딸.
울 남푠에게 그랬다.
"자기 엄마가 딸을 많이 낳아서 내가 딸을 낳은기라.
이건 유전이야"
곧 죽어도 큰소리를 뻥뻥 쳤다.
울 친정엄마가 철딱서니 없다고 날보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가스나를 셋이나 낳은 주제에 뭐 그리 잘했다고 큰소리치노"
근데 난 내가 딸 셋 낳은거는 괜찮았는데 몸조리 해주시는
울 엄마가 시어머니 앞에서 죄인인양 고개를 못드니 무지 열받았다.
"옴마가 뭐 죄졌나? 왜 그리 안당당해? 딸이면 어때.
딸은 뭐 사람아니가. 내사 좋기만하다"
글카다가 또 쥐어박켰다.
딸셋 주루룩 누워있는 방에서 나까지 넷이 기저기 차고 엄마까지
5명의 여자가 있다가 남편이 퇴근해오면 엄마는 미안스러버
어쩔줄 몰라했다. 눈치없이 내 여동생까지 와서 한방에 있으면
엄마는 눈을 껌뻑이면서 내 동생을 밀어내었고...
난 그게 더 속상하고 화나서 짜증을 냈다.
근데 딸이 셋이나 되고 보니 사실 이게 장난이 아니었다.
내가 직장생활을 하는데다 연년생이 되니 키우기가 힘들어서
큰놈은 친정에서 키우고 둘째는 시댁에서 셋째는 집에서
이렇게 완전 이산 가족이 되었다.
근데 딸만 셋 낳고보니 나도 오기가 났다.
다들 잘도 낳는 아들인데 난 왜 못 낳을까하고...
그래 한타스라도 낳아보자.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그때 울동네에 송씨라고 좀 반푼이 아저씨와 아줌마가 살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아들만 셋이었다.
저 반푼이 아저씨도 아들을 잘만 낳는데 우린 둘다 멀쩡한 인간이
왜 아들을 못 낳을까?
사실 남편이 내 앞에서는 절대로 아들에 대한 소리는 내색을 안했는데
어쩌다 명절날 울 시누이 애들이 오면 고추함 보자면서 서너살된 애
바지를 홀라당 내리는걸 보니까 오장육부가 확 뒤집어졌다.
미국서 그랬담 바로 감옥행인줄 뻔히 아는사람이...
딸 셋 낳은후부터는 남편있는데서는 다른 사람이 아들 낳았단
소리는 절대로 안했다.
지금도 울남편한테 말 하나는 기똥차게 잘하는 난데 젊은 시절에는
완전 종달새 저 나가라였다.
"에구 누구집 있잖아. 또 딸 낳았어"
"담배가게 아줌마 있지. 또 딸낳았어"
신문에 개각해서 각 장관들 프로필이 나오면
"아이구 이집은 딸만 5명이네"
"하하 요집은 딸만 7명이다"
묻지도 않았는데 고런 얘기만하고...
그러면서도 기 안죽었다. 뭐 내죄냐 생각했으니까.
그때 울 삼실에 계시는분이 딸둘이 있는데 또다시
딸 쌍둥이를 낳았다.
그날 퇴근하여 돌아온 남편에게
"아이구 미스터 우네집 말이지 딸 둘이잖아..
근데 엊저녁에 또딸 쌍둥이 낳았데"
난 입에 침 튀겨가며 신바람이 나서 딸 낳은집만 골라가면서
방송을 해댔는데 어느날 또 얘길 할랬드니
"됐다. 그집 또 딸 낳았지? 우째 니 주위엔 아들 낳은집은
한집도 없냐?"
그래서 니재주 내재주 가지고 엄펑지게 싸웠다.
그러다가 또 넷째를 가졌는데.
꼭 아들일것 같은 예감였다. 울남편한테 전화로
"이번에 꼭 아들일것 같은 예감이야"했드니
이 남자왈
"니 예감 한개도 들어맞는거 없드라. 딸이라도 괜찮다.
신경 쓰지마"
그즈음 남편은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잠시 휴가 나온사이 또 애를 가진거...히히.
10달내내 울 친정엄마 말그대로 별짓 다 했다.
아들 낳게 할려고 팔공산 갓바위 가서 빌고
정한수 떠놓고 빌고...
정작 빌어야 할 나는 두눈 멀뚱멀뚱하고.....
미신이라곤 믿지도 안했지만 울 엄마가 하도
아들. 아들 카시는 바람에 좋은게 좋다고 해볼만한건 다했다.
아마 울엄마 점쟁이한테 나몰래 갖다바친돈도 수월찮을거다.
직장에 휴가 내면서 내 이번만은 죽어도 아들 낳아온다
또 예의 큰소리를 쳤다.
진통이 와서 병원에 갈려고 하는데 울엄마가 갑자기.
"니 집에서 얼라 낳아라" 이기 뭔소리?
"빈대도 낮짝이 있지. 또 딸이면 우짤끼고. 돈이나 아끼라"
"하이구 옴마. 딸낳은기 내 죄가? 집에서 낳다가 내 죽으면
사위한테 뭐라칼끼고?"
엄마는 내가 진통이 오자 얼굴이 하얗게 되어서 입술이
타고 있었다.
입원실을 특실로 할려니 옴마가 놀래서 3등실을 외쳤다.
"니는 왜그리 철딱서니가 없노. 천날만날 가스나나 낳으면서
특등실에 자빠져 있는거 사돈이 보면 뭐라카겠노?"
"보면 보라지 뭐. 그기 내 잘못이가"
교육공무원의 아내로 평생을 욕 한마디 안하고 곱게 살아온
울 엄마가 내가 내리 딸만 낳자 그저 나한테 나오느니 욕이었다.
"옴마. 병원비 신청하면 얼마가 들든 다 나온다. 걱정말어"
그제서야 안심하는 울 엄마.
드디어 12시.
"아들예요"
간호원의 말듣고 내 첫마디.
"그라믄 그렇지. 송씨도 낳았는데 내라고 못낳았을라고..."
울엄마
"아이구 간호원. 다른아 잘못본거 아니가? 진짜로 고추 맞드나?
다시 함 봐바라"
늦게 실력발휘를 하여 홈런을 친 내 실력을 울 엄마 믿지를 않았다.
울 동생 넘 감격해서 찔찔 울고...나 참.
해외에 가있든 신랑한테 전화를 했드니 반신반의하고..
원 참 난 아들도 못 낳는 인간인줄 아나.
울 남편은 자기 눈으로 확인하기전엔 못 믿겠다면서 일주일만에
나와서 확인했다.
그리고는 그놈의 고추를 그리도 대견스럽게 낮이고 밤이고
흐뭇하게 들여다 보았다.
사실 내 경험으로 보건데 아들은 낳아놓으니 별거 아니든데
없으니 왜 그리 속이타고 약이 오르든지 모르겠다.
그때 그 속태우든 아들놈이 자라서 별써 군엘 갔으니
세월이 빠른건지 내가 늙었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