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이 영화를 언급하지 않아서 조금은 의외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써봅니다.
이 영화를 선택하면서 리안 감독작품이라는 게 큰 결정권으로 작용했읍니다. 리안 감독은 "음식남녀" "결혼피로연" "센스 앤 센서빌리티"등을 감독한 대만 출신 감독입니다.
비 내리는 날 이 영화를 보러갔읍니다.
추석연휴 마지막날이었기 때문에 극장가엔 사람들로 붐볐죠.
JSA가 너무 인기라 그런가... 이 영화엔 관객이 한산했습니다.
리무바이, 수련, 용 그리고 호라는 네명의 주인공이 나오는 무협영화입니다.
무협이라는 말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한 홍콩식의 유치한, 치고 때리고 무조건 피를 보고야 마는 그런 영화...
간단한 킬링 타임용 비디오급...이런 거 상상하시면 안됩니다.
보고 나면 가슴에 묵직한 돌덩이 하나 얹힌 기분...
그렇지만 괜한 편안함...
그런 거 느끼실 거예요.
전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 이론적 배경...이런 거 잘 모르거든요. 그냥 제 기분으로 영화를 보는 거죠.
와호장룡-- 전 사랑과 인생에 대한 영화로 봤어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무술실력과 인격을 소유하고서도 결국 사랑을 소유할 수 없었던 리무바이...
바라만 보는 사랑으로도 인생을 꼿꼿하게 지켜가는 수련...
너무 많은 욕망과 사랑으로 병들었지만 결국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소녀 용...
자유로운 몸이지만 사랑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던 사막의 사나이 호...
이들은 무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인생과 사랑이라는 화두를 개척해갑니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화면 가득한 안개의 바다....
영화의 핵심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흐릿한...
보일 듯 말 듯한... 우유빛 안개.
이런 안개속에서는 제대로 길을 찾아 걷지 않는다면 곧 길을 잃어버리겠죠?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길을 찾아 간다해도
우리앞엔 또다른 인생이 자꾸만 다가옵니다.
손으로 아무리 휘저어도 없어지지 않는 안개처럼...
그래도 무언가를 찾으려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죠.
끝없이 다가오는 안개의 모습마냥...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하는 걸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건 사담인데,
사실 이 영화보러 극장에 들어갈때만 해도 제가 감정이 굉장히 격한 상태였어요.
근데 와호장룡이 저를 위로해주더군요.
저...편안한 기분으로 극장문 나왔어요.
위로받을 수 있다는 거. 그것만으로 족하다고 봅니다.
마지막 추신...
JSA말인데요. 저도 봤거든요.
한마디만 할께요.
저 솔직히 "쉬리" 재미있게 본 사람입니다.
근데 JSA 보고나서는 그 사실이 그렇게 부끄럽더라구요.
언제 내가 인간성은 팔아먹고 이데올로기에 그렇게 물들어있었나
.....
그 생각만 자꾸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