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 깔고 산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영어를 못해서 망신 당한 일이 수두룩했다.남편에게 대학 나온 여자 맞느냐는 말까지 들어야했다. 망신을 당하면 기가 죽는 대신 나는 오기가 생기는 편이다. '네가 잘하면 얼마나 잘하나, 어디 한번 두고 보자.'이런 말은 맘 속에 담아..
508편|작가: 낸시
조회수: 744|2021-12-06
만병통치약
기승전 다음에 어떤 말을 붙이는 것을 보고 재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떨까?기승전하고 이어지는 것이 있나, 있다면 무엇일까?내 생각과 대화는 어디로 연결되고 어떻게 끝을 맺게 되는지를 살폈다. 처음 떠오른 것은 남편이다.같이 사는 사람이니 당연한 것인가.당연한..
507편|작가: 낸시
조회수: 853|2021-11-26
너도 내 식구
어려서 산에 땔나무를 하러다니는 아버지를 따라다녔다.졸랑졸랑 따라다니며 옛날이야기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그 중 너도 밤나무 이야기도 있었다.밤나무 골짜기란 뜻의 율곡 이이선생의 호에 얽힌 이야기다.율곡 선생은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사주를 타고 태어났다고 한다.하지만 밤나..
506편|작가: 낸시
조회수: 691|2021-11-23
밥이나 먹자.
밉다.남편이 밉다.딸도 아들도 밉다.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밉기만 하다.어쩌나 어쩌나 어찌 해야하나콩나물 넣고돼지고기 넣고감칠맛 나라고 액젓도 넣고양파도 넣고 쪽파도 넣고김치찌게 푹푹 끓였다.먹는 것이 최고다.인생 뭐 있어.잘먹고 잘자면 되는 거지.가족의 다른 이름이 식..
505편|작가: 낸시
조회수: 1,066|2021-11-21
에너자이저
에너자이저, 에너지를 주는 사람 혹 다른 그 무엇일 수도 있다고 한다. 살다보면 모든 에너지가 고갈된 것 같이 지치고 힘든 순간이 있다.이런 때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던져버리고 싶기도 하다.내게도 물론 그런 순간들이 있다.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보면 다시 에너지를..
504편|작가: 낸시
조회수: 769|2021-11-16
칠전팔기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사는 것이 내 좌우명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어떤 일을 끈기있게 하는 것보다는 맘이 내키면 하고 말면 말고 식이었다. 식당을 한다고 하면 엄청 힘들게 일하는 줄 알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일하는 사람들에게 맡겨놓고 쇼핑도 다니고 할 일 없..
503편|작가: 낸시
조회수: 740|2021-11-09
소중한 사람들
낯선 나라에서 가족처럼 의지하고 지내던 장로님이 돌아가셨다.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마음에 의지되는 사람은 드문 법인데 그런 분이셨다.아는 이 하나 없는 도시에서 정착하고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셨다.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식당은 그분 소개가 아니었으면 시작..
502편|작가: 낸시
조회수: 670|2021-11-06
시월도 저물어간다
시월이 저물어간다..구월의 마지막 날에 시월도 구월만 같으면 좋겠다고 하였던 기억이 난다.나야 식당을 하니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식당 매출이다.한마디로 시월은 구월보다 더 좋았다.16년 째 식당을 헌다.중간에 쉬기도 하였지만 처음 시작한 식당을 아들이 운영하고 있으니 ..
501편|작가: 낸시
조회수: 860|2021-10-30
어렵다
글로 쓰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미처 몰랐다.배심원 재판을 한다하니 배심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이해시켜야 한다.그들이 알기쉽게 상황을 설명해야하는데 그것이 무척 어렵다.아컴에서 20년 넘게 갈고 닦은 글쓰기 실력이면 될 줄 알았더니 글이 써지지 않는다.둘..
500편|작가: 낸시
조회수: 1,283|2021-10-23
때 늦은 한탄
40일 째 하루도 빼놓지 않고 스페인어 공부를 한다.내 생전에 공부에 이리 열심을 낸 적이 있었던가.입시를 통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갔지만 나는 공부하곤 담 쌓고 살았다.마지못해 시늉을 한 것이었을 뿐 열심과는 거리가 멀었다.졸업 후 사회와 가정에서도 뭐든 대충대..
499편|작가: 낸시
조회수: 1,309|2021-10-20
남편은 야만인
남편은 가끔 자기가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나 개 만큼도 대접을 못 받는다고 불평이다.고양이와 개는 밥만 잘 먹어도 대소변만 잘 가려도 칭찬을 받는데 자기는 그렇지 않다는 거다.오늘은 밥을 잘 먹어서 이쁘다고 남편을 칭찬해 주었다.평소 남편이 불평하던 말이 생각나 그 말 ..
498편|작가: 낸시
조회수: 1,067|2021-10-18
나들이
머리에 쥐가 나려고 한다.잠시 쉬어 갈 필요가 있다. 쉼이 필요할 때, 수다 떨고 싶은 때, 내가 찾는 곳이 아컴이다.주절주절 떠들고 나면 뭔가 비워지는 것 같고 다시 열심히 일할 의욕을 느낀다.내가 살짝 미쳤지.스페인어 공부를 하겠다고 나서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가당키..
497편|작가: 낸시
조회수: 1,061|2021-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