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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왕' 그의 대화명


BY 비비 2014-12-09



'이상한 나라의 삐삐’라는, TV로 방영된 에니메이션이 있었다. 4차원 세계의 대마왕에게 잡힌  니나를 구하는 모험을 담은 판타지 만화였다.
그 만화영화에 나오는 대마왕의 모습을 연상하며 어느날 "당신 꼭 대마왕 같애" 라고 말한뒤 내 휴대폰에 남편의 대화명을 ‘대마왕’으로 저장했다.

남편의 나쁜점을 포착하고 우연히 시작한 대화명이 마법에라도 걸린 것일까. 그는 정말 대마왕으로 변해갔고 나는 그제서야 "아이쿠, 이거 큰일났다"
하며 대마왕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였지만 점점 그에게 빨려들었다. 언젠가 폴같은 정의의 사도가 나타나 나를 구해주겠지 하는 망상은 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풀릴줄 알았던 마법이 끝끝내 오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이들자, 저주를 풀 듯 대화명을 바꿨다.

‘딸랑딸랑’으로.대화명을 바꾼후 남편에게 쪽지를 보냈다.

당신 대화명을 바꿔 보려고 해.
'대마왕' 별로 안 좋아했잖아.
근데 그건 내가 당신 종살이(?) 할때 붙힌거잖아.
대왕으로 모시며 당신에게 충성한다는 뜻이랄까.
물론 가운데 낀 '마' 가 문제이긴 했지만.
암튼, 내 생각은 그래.
당신의 '종'으로 십년 넘게 살아줬으니 이젠 당신이 나의 '종'으로 십년간 살아줘야겠어.
그래서 말인데 '종' 이거 어때?
맘에 안들어?
그럼 살짝 약하게 ‘딸랑딸랑~'으로 하지 뭐.(2013년 9월)

현제 남편이 대화명은 ‘딸랑딸랑’이다.
조금씩 변화되어 갈거라는 희망의 싹은 아직까지도 보이지는 않지만 상상만 해도 즐거우니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내가 부르면 ‘딸랑딸랑’ 종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남편.
정말이지 생각만해도 흐믓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