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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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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생각하다’의 어원이다


BY 비비 2014-12-07

남편하고 부딫히는게 싫어 나를 떼어내 집으로 옮겨 놓았지만 그와 나는 집에서도 함께였다.

산책을해도 카페에 혼자 앉자 있어도 청소를 하다가도 강아지와 산책을 해도 언제 어디서나 환영처럼

그가 나타났다. 아니, 나타난게 아니라 처음부터 내 몸에 붙어 있었던거 같았다. 남편인지 나인지 모를 정도로. 그렇게 내 몸 어딘가 붙어 지내기를.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다행인건 언제든 내맘데로 그에게 대들 수 있었다. 내가 어떤 말을 하든 그는 꼼짝 못했고 소리치고 울고 중얼거려도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하루종일 내 옆에 유령처럼 붙어 내말을 들어주던 남편은 퇴근시간이 되면 유령같은 얼굴로 돌아왔다.

그리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집을 나가도 유령, 들어와도 유령 나는 매일 남편이 아닌 유령을 보며

살았다. 몇달간 유령놀이에 미쳐있던 나를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6개월정도 집에서의 칩거 시간이 지나자 유령같던 그가 떨어져 나갔다.

이젠 편해질 수 있을까.

그러나 마음은 생각과는 달랐다. 남편과 함께 있으면 불편하고 불안하고 심지어 불쾌하기까지했다. 그렇다고 안보면 마음이 편한것도 아니었다. 감정을 절제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가슴 저 밑바닥 가라앉은 감정의 앙금은 가급적 떠올리지 않았다. 여전히 혼자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이따금 그를 향해 소리치고 싶었지만 스스로 다독였다.

최선이라 했지만 잘했다 말하기도 어렵고 회사도 남편도 나를 필요로 했기에 그저 조용히 나를

지켜내는 일에만 집중했다.

반토막의 자유를 누리는 부담은 아직도 내 자리를 찾기 위해 투쟁중이다.

 

사랑의 어원이 ‘생각하다’ 라고 한다.

몇 개월 유령과의 싸움에서 물러난 그를 증오한건지 사랑한건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마음깊이 자리잡고 있는 그에 대한 생각이 단지 증오와 사랑만은 아닐거다.

자리를 지키려 애쓰고 있지만 남편은 여전히 나를 원망하는 눈치다. 틈틈이 기회를 보기도하고

나를  꼬시기 위한 모습도 간혹 보인다.

안타까울때도 있지만 이제 더 이상 그에게 내 체중의 힘은 싣지 않을거다.

그의 무게와 내 무게가 같도록 조끔씩 균형을 맞춰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