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중요한 신조는 균형이다.
무엇이든 남편과 함께 했고 그가 중요하다는걸 따르다 보니 점점 무게가 그에게 실렸다.
균형을 잃으면 기울어지는 법이다.
남편은 감지하지 못했지만 나는 위태로움을 느끼기 시작한채 점점 나를 잃어갔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말했을때 남편은 자신이 애써 이루어놓은 것을 뒤집으려 하는 사람보듯 적대시했다. 다시 한심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철없는 아내로 내몰렸다.
나는 무중력 상태에서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 미아가 된 기분에 빠져 몇개월간 헤매었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온통 자신이 일에만 몰입해 있는 남편이 안타까웠지만 그것이 옳지 않다고 말할수도 없었다.
그러나 나를 무중력의 공간에서 옮겨 와야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내가 위태로워 지는건 모두가 위태로워 지는것이다.
남편의 뜻대로 가야할 그곳이 우리의 종착역일지언정 그곳에서 보게될 것이 행운일지 판도라일지 확신이 없었다.
잘살기 위함이 현제의 불행과는 바꿀수 없다고, 균형이 깨지면 모든걸 잃을 수밖에 없다며 가정과 회사를 지키려면 그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문제는 남편이었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이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비난하고 설득하기를 반복했다.
팽팽하게 엇갈리는 주장속에서도 나는 오직 균형만을 생각했다.
방향감각을 잃은 것은 내가 아니라 그였고 무턱대고 돌진하다가는 모두가 파멸될거 같은 나의 두려움을 호소했지만 그는 절대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삶에서 요구되는 신호대기앞에 잠시 멈춰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상태와 우리의 관계를 하나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새벽녘 고속도로를 달려본 기억이 있다.
텅빈 고속도로에서는 속도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 위험천만의 순간 핸들을 잡은 내 손의 미세한 진동에
몸서리치기 까지는. 달리는 무한경쟁속, 더러 속도를 위반하기도 하며 숨가쁘게 달려왔다.
서로 먼저 도착하기를 바라는 경쟁의 틈사이, 그 옆에 나란히.
단지 나는 균형을 잡기 위해 우선 멈추었고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뒤돌아볼 수 있는 전환점이기를 바랬다. 혼잡한 도로에 홀로 남겨진채 좌우를 살피며 내가 가고자 할 방향을 스스로 선택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