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본 게 10여 회 조금 넘을까? 그러니 앞 내용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처다부제는 아니라도 아주 느리게 그렇게 옮겨가고 있는 흐름을 미리 짚어낸 듯 해 얼마 전부터 보기 시작했다. 원시시대에는 일처다부제 사회였다니 그러한 사회가 온다 해도 처음은 아닌 셈이다. 그러니 생소하게 여길 건 없다. 아주 오래 걸려서 돌아서 왔네 하고 그냥 맞을 일이다.
그러나 아직은 이른 감이 있다. 작가가 그걸 모를 리 없다. 한데 너무 식상하다.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서 뜬금없는 속설을 끌어온다. 멀쩡하던 개를 밤사이 죽이고, 혈액암 4기의 환자를 살려냈다. 그러더니 이젠 멀쩡하던 부착물을 떨어뜨려 멀쩡하던 누군가에게 닥칠 운명을 암시한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조차도 드라마 속 상황을 바꿀 돌파구가 있어야 함을 알고 있다. 그래 호기심을 가지고 그 부분을 작가가 어떻게 그려갈지 지켜보고 있다. 한데 작가는 어이없는 선택을 하고 만다. 또 다시 속설을 가져온다. 속설에 너무 의지한 느낌이다.
마치 고전 소설을 읽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짠하고 나타나는 도인이 떠오른다. 조력자의 등장으로 주인공은 누가 봐도 죽을 수밖에 없는 고비에서 살아난다. 이 작품에선 속설이 그런 의미로 쓰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작품을 하도 많이 써내서 궁색해진 걸까? 상상력이 바닥이 난 걸까? 싱겁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해서 그런지 이젠 내 머리가 별로네 한다.
그러고 보니 회수가 장난이 아니다. 10여 년을 두고 고치고 다듬고 해서 내놓아도 부족함이 눈에 밟힐 분량이다. 늘이는 게 능사는 아닌데, 120회로 예정된 분량을 30회 연장까지 했다 한다. 작품을 탄탄하게 그려내기에는 넘쳐도 한참 넘치는 분량이다. 그러니 꼬고 꼬아도 써먹을 게 바닥날 수밖에.
돈 때문에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다가온다. 그만큼 원고료가 주머니에 더 들어올 테니 말이다. 하지만 작품을 오롯이 써내겠다는 작가의 근성이 없어 보이는 건 참으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