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8
"큰 아빠 과자 먹어요"
토요일날 외갓집에 갔다가 아침부터 집에 올라 온 제수씨와 조카들이 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천리밖에서 들리는 것처럼 아침부터 생기가 넘어났다.
내방에서 그냥 누워있는 나에게 둘째 조카가 과자사러 가자고 했다.
그러면 엄마에게 허락받아라고 했더니 제수씨에게 쫓아간다.
큰 아빠하고 마트에 가서 과자 몇개 사와도 되냐고 질문하니까 같이 가란다.
그래서 조카 손 잡고 마트안으로 들어가서 과자 몇개 가지고 올라왔다.
1시간후 이제는 내 책상밑에 놓여있는 박스에서 또 먹을것이 없는지 뒤지기
시작하자 과자없는것을 확인해주고자 물건 하나씩 박스 밖으로 하나씩
꺼집어 내고 있을때 가장 아래쪽에서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는 오래된 보물처럼
낯익은 편지 하나가 나오기에 예전부터 그렇게 찾았던 편지였기에 이사를
몇번 옮기다보니 박스안에 넣었는지 몰라도 잊어졌던 과거 하나가 빛을 보았다.
1997년 전화국에서 받았던 무료용 통신용 단말기를 이용하여 세상밖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PC통신에 한참동안 재미를 붙이고 있었다.
사람들과의 교류를 열중하고 있을때 매일 보는 사람들과 그리고 같은 글을 보면서
어디 다른 신세계는 없는지 살펴보던중 어느 지역 통신망으로 보물찾기 하듯이
신기한 모험을 하는 마음으로 들어가보니 청주지역에서만 시청가능한
청주 MBC 정윤희의 인기가요 프로였다.
그날 방송과 사연을 올릴 수 있는 코너에 비록 내가 사는 지역은 부산이기에
청주 라디오 방송은 들을 수 없지만 그래도 그쪽 사람들과 같이 음악을
듣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연을 올리고 노래 하나를 신청했다.
그리고 몇일이 지나갔을까,
예상하지 않았지만 청주 MBC 로그가 찍혀있는 편지 하나가 도착했다.
과연 어떤 내용일지 한참동안 보낸 사람 이름을 바라보다가 열어보니
그 시절 PC통신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냈었던 그 시대의 대세,
나도 관람했던 한석규와 전도연 주연의 영화 접속과 홍콩영화 중경삼림과
영화 이야기 그리고 내 사연 적어서 보내라는 빈 편지지,
정윤희 그녀의 사진 삐삐 번호가 붙어있다.
MBC 정윤희의 인기가요를 진행하는 그녀하고 방송으로 인연을 맺었다는 사실에
우연히 찾아서 들어간 청주지역 통신망이 인연 하나를 선물해준것이다.
그러나 그 편지는 어느날 갑자기 누구도 모른채 숨어버리는 보물처럼
나의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그 편지생각에 여기 저기 찾아보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혹시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버린것은 아닌지 이사할때 잃어버린것은 아닌지
아쉬움 마음속에서 잊어져 갈때 6~7년이 흘러가고 그녀가 혹시 방송 진행하는지
한번 보고 싶은 마음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인기가요는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진행자는 다른 사람으로 그래서 여쭤보니 그분은 이미 퇴사하고 결혼하면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방송계에서 떠났다는 말에 그때의 좋은 인연을 이여가지
못했던 내 자신이 허전한 아쉬움으로 옮겨갔다
사람 한명이 소중하고 인연을 이어간다는것이 무거운 시소를 자신쪽으로
힘들게 내리는 것처럼 어렵다는것을 알기에 소중한 사람 한명을 기억속에서
잊었다는 마음이란,
새우깡 봉지안의 새우깡이 없어지면 허전하지 않지만 인연이란 기억속에
남는것이기에 그 이후로도 많은 인연을 알고 또 사람을 보내고
마치 주택복권판을 다시 돌리는 것처럼 인생속의 소중한 만남들은 길거리
추위속에서 한발자국씩 전진하고 또 전진하면서 나아가고 있었다.
또 앞으로 어떠한 인연을 만나게 될지 이제는 기다림과 기다림속에서
새우깡속의 새우과자를 채우듯이 다가오는 소중한 만남을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