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6
추운 겨울로 가는 밤에 하루종일 흑색의 구름들이 하늘 전체를 점령하고 있는
예고도 없이 내리는 소나기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지 창문이 열려있지 않았지만
나의 귀속으로 들리는 선면한 빗소리,
마침 간호사 한 명이 바람 조절을 위하여 창문을 열었을때 들려오는 도로위에서
가득 고여있는 빗물속을 질주하는 차량들의 소리가 그날 밤에는 왜 그리도
마치 자극과 자극간의 마찰처럼 선명하게 들렸다.
잠시 초등학교 동창들과의 밴드 글쓰기에 열중하다가 시계를 바라보니 8시,
4일전부터 병원에 출근하고 퇴근할때나 투석하고 내려올때 병원 현관안에 있는
커피숍 메뉴 가격표를 보는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월요일 밤 간호사 데스크에서 한참동안 바쁘게 일하고 있던 그녀들중에서
나하고 가까운 곳에서 보이는 한 명을 불렀다.
"저기 오늘이 내 투석한지 2000회 되는날인데 그래서 커피 한 잔씩
내가 쏠까하는데 드시고 싶은 커피 하나씩 말해봐요"
지난주 투석하지 않는날 일하면서도 2000회를 어떤식으로 보낼지 곰곰히 생각하고
또 생각했었다.
친구들에게는 2000회 기념으로 고깃집에서 같이 고기 먹자고 미리 말을 해두었다.
나의 말을 듣고 그녀들과 상의하고 나에게 온 한 명이 각자 마시고 싶은 커피를
하나씩 시키고 커피 5잔 값이 11000원이라는 말에 마침 가지고 있었던 돈이 만원밖에
없었지만 마침 밤 8시 넘어가면 천원 할인이 된다는 말에 안성마춤으로 주문을 할 수
있었고 10분후에 커피숍 아가씨가 5잔을 가지고 올라왔다.
나에게 커피값 받을려고 다가오는 아가씨에게 돈을 지불하고 그녀들을 바라보니
커피 마시는 그녀들만의 풍경이 아름답게 다가오는데 갑다기 나의 눈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빗소리가 더욱 더 크게 들려온다.
2007년,
한참 바쁘게 투석하다보니 어느날 차트를 보았다 그때가 700회였다.
사람 살아가는것이 다른 사람들처럼 정상적인것이 아니지만 나는 그래도 즐기면서 살면
그것이 바로 희망이라는 나만의 다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 간호사들하고 피자 한 잔 시켜서 나눠먹었고 800회때는 친구들하고 해물찜을
900회때도 1000회때도 마치 연례 행사를 하듯이 친구들과 즐겁게 식사를 했었다.
사람이 살아서 마음 아프게 울어야 할때도 있고 즐거워서 하루종일 싱글벙글 웃어야하는
그런때도 있지만 그래도 사람이란 자신이 처한 처지를 낙담이 아닌 즐거움으로 이끌고
하루 하루를 즐겁게 산다는 마음이 곧 풍요로운 열정이라는것을 친구들에게 말한다.
그래도 재미있게 산다는것이 얼마나 좋은것인지 사랑하는 연인들이라면 100일 500일
1000일이 되면 사랑의 마음을 서로 선물로 교환하듯이 2000회가 되어보며 추억을 회상하듯
뒤돌아 보면 벌써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구나 싶은 생각에 그와 더불어 내 나이도
벌써 이만큼 들어구나 싶은 마음에 또 한 편으로는 씁쓸함도 느낀다.
과자 하나를 먹어도 같이 옆에 있는 사람하고 먹어야 행복하고 국수 하나를 먹어도
옆에서 같이 후루룩하는 소리를 내여가면서 먹어야 행복하지만 혼자 일때의 느낌이란,
그저 혼자라서 먹는 느낌도 나쁘지는 않지만 지금의 내 마음은 학창시절 집에 가는 시간에
산으로 갈때도 있지만 동네안으로 이여지는 철길위를 두 팔 벌리고 중심을 잡고 아무도 없는
그 길을 옆으로 떨어지지 않을려고 노력하면서 걸어가는 그런 느낌이다.
계속적으로 2100회 2200회로 이여지겠지만 언제인가는 국수집에서 단무지 하나를 가지고
네개의 젓가락으로 서로 쟁탈전벌이는 그런 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