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7일,월요일-살랑살랑 봄기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T S 엘리엇),
‘찬란한 슬픔의 봄’(김영랑)….
4월은 모순형용의 달이다.
시인들이 지독한 비관주의자여서일까.
매우 화사한 봄날을 보노라면
정신적 황폐와 곧 소멸할 아름다움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으리라.
벚꽃과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었건만
초등생 납치로 불안한 마음에 아이들을 풀어놓을 수도 없다.
창밖의 찬란한 풍경이 되레 씁쓸하다
입맛은 깔깔하고 몸은 천근만근.
해마다 봄이면 겪는 일인데
누군가 해결책을 알려주지 않으면
반복되는 고생만.
이럴 때는 제철인 주꾸미와 봄나물이 제격.
주꾸미는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 해소에 좋고,
봄나물 한 입 물면 알싸한 흙내가 가슴에 봄을 전한다.
돈 들여 건강음료, 비타민제 찾기보다
적당한 운동과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춘곤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뜨거운 핫초코 대신 상큼한 딸기 셔벗 한 잔.
무거운 패딩 점퍼 대신 가벼운 카디건.
까끌까끌한 울 니트 대신 바람에 펄럭이는 흰색 셔츠.
귀에는 애절한 발라드 음악 대신 가벼운 모던록 한 곡.
홍익대 앞 아늑한 카페 대신
봄바람 살랑거리는 상암동 하늘공원.
머리부터 발끝까지 허물 벗는 우리네 4월.
햇볕 내리쬐는 곳으로,
발길 닿는 곳으로 가는 그곳에
봄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