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8일,월요일-그때의 난 또 어디로 갔을까
날씨가 칼칼한 청양고추를 넣은
냉칼국수처럼 차갑다.
상쾌하고 때론 매섭지만 정신은 맑아진다.
이맘때면 가을 세발낙지는 울퉁불퉁 힘이 세다.
산 것 통째로 먹는 맛이 으뜸.
첫째, 나무젓가락 위쪽을 조금 벌린 뒤,
그 사이에 낙지 목을 잽싸게 끼운다.
둘째, 낙지 8개 다리를 손으로
한두 번 훑어 내린다.
셋째, 낙지다리를 새끼 꼬듯
지그재그 식으로 엇갈리게 감는다.
넷째, 기름장에 찍어 한입에 날름 넣은 뒤,
머리통부터 우걱우걱 천천히 씹는다
(다리부터 먹다간 숨 막힘).
또 이런날엔 김치전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고구마라도.
학창시절에는 이렇게 가을이 깊어져 스산해지면
뜨뜻한 장판에 배를 깔고 만화책을 읽었다.
입으로는 간식을 먹고
눈은 황미나 강경옥 신일숙 김혜린 등이 선사하는
영혼의 자양분을 섭취했다.
그때의 ‘문화’ 만화방은
지금쯤 어떻게 변해 있을까.
동화책에 푹 빠져 엎드린 채
책을 읽는 아이에게 야단만 쳐 대는 요즘.
그때의 난 또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