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수요일-입추(立秋).
음력 칠월초아흐레.
곡식이 여무는 계절.
가을의 문턱.
무더위 속에 맞는 입추(立秋).
아직 말복이 남아 있지만
아침저녁으론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되는 절기를 뜻한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의 초입을 알리는 절기라지만
열대야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벼가 한창 익어가는 때라
맑은 날씨가 이어져야 풍년을 맞는다.
조선 시대에는 입추가 지나 비가 닷새 이상 내리면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다.
‘입추에는 관리에게 하루 휴가를 준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아득한 그때에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모양이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열하(熱夏) 아스팔트길.
예배당 새벽종소리.
넌출째 혀 빼물고 있는 울타리 호박덩굴.
정자마루 어르신들 끄덕끄덕 졸음삼매.
외할머니 집 장독대 아래 가득 핀
분꽃 과꽃 채송화 봉숭아 옥잠화 맨드라미 나리꽃….
계곡마다 물놀이 아이들 노는 소리.
고원산길 하늘하늘 코스모스.
아침저녁 한 줄기 선선한 바람.
바람꽃 타고 빙빙 고추잠자리.
전국 산사의 스님들도
일제히 하안거를 끝냈다.
걸망을 메고 산문을 나서는 스님들 등 뒤로
매미 울음이 요란하다.
매미 울음은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사랑의 노래’.
도심 매미 소리가 시골 매미보다 13dB 정도 크다.
소음을 뚫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려
필사적으로 악을 쓴 탓.
이래저래 ‘사랑은 고행’이다.
그리고 조금은 생뚱맞지만
오지않을것 같았던
이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