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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좋아하는 할머니, 육식을 좋아하는 할머니


BY 이안 2014-07-08

 

바로 이웃에 할머니 두 분이 담장을 사이에 두고 살고 계신다. 내 집 부엌창문에서 고개를 들면 윗집 할머니 집이, 고개를 살짝 모로 돌리면 아랫집 할머니 집이 고스란히 카메라 랜즈에 잡히듯 들어온다.

윗집 할머니는 83, 아랫집 할머니는 82. 두 분 모두 정정하시다.

83세 할머니는 육식을 좋아하시고, 82세 할머니는 채식만 하신다. 절식을 하시느라 채소 중에서도 마늘과 파, 양파, 부추 같은 채소는 입에 대지 않으신다.

가끔 윗집 할머니는 그런 할머니를 두고 은근히 비꼬신다.

우리 아자씨는 93세인데 술과 담배를 옆에 끼고 살고, 고기를 매일 먹어도 건강허기만 허잖혀. 고기 먹으면 몸이 안 좋다는데 끼니마다 그렇게 먹어도 아무 지장 없잖혀.’라고. 그럴 때 아랫집 할머니는 옆에 있더라도 일절 대꾸를 안 하신다.

하지만 아랫집 할머니도 나름대로 채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시다. 우리는 채식을 허니께 일단 피가 깨끗혀. 피가 깨끗허니께 몸도 가뿐허잖여. 어디 아픈 데도 없고. 고기 같은 거 안 먹어도 아프지 않고 건강허잖혀.

난 중립이다. 가끔 고기도 먹고, 채식도 좋아한다. 그래서 어느 쪽도 거부감이 없다. 그래 거리낌 하나 없이 그럼요 그럼요 한다.

난 두 분 할머니들처럼만 나이들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두 분 모두 긍정적이셔서 안 돼!’가 아니라 그려, 혀!’식이라 편하다. 나이가 들면 지혜가 쌓이기도 하지만 고집도 느는 경우가 많다. 헌데 두 분 할머니에게는 그런 게 없다. 그래서 30년이라는 나이 차에도 마음이 제법 잘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