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뭐하셔?
잔디 떠내고 있어. 올해 여기다 콩 심었다 내년엔 더덕을 심어야겄어.······.
내 말에 할머니가 삽질하느라 구부렸던 허리를 펴고 줄줄 늘어놓으신다.
할머니 대단하셔. 할머니 여든 두 살 맞아?
난 감탄사로 추임새를 넣는다. 그렇다고 말뿐은 아니다. 실재로 할머니를 보고 있으면 늘 탄성이 쏟아진다. 여든 두 살에 육묘장에 다니시며 꼬박꼬박 월급을 받을 정도로 정정하시니 탄성이 아니 나올 수가 없다.
헌데 그뿐이랴? 일을 마치고 돌아오시면 넓은 텃밭을 가꾸시느라 두서너 시간은 족히 텃밭에서 분주하시다.
걸음걸이도 짱짱하시다. 차편이 맞지 않으면 논산 시내까지 몇 Km를 걸어가시기도 하신다. 그러니 탄성이 아니 나올 수가 없다.
젊은 사람도 힘들다고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로 꺼리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시니 노목개화 심불로다. 늙은 나무에 꽃이 피었으니 마음은 늙지 않았다는 너댓 살 김시습이 머리가 허연 노정승을 앞에 놓고 지었다는 짧은 한시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할머니에게도 몇 년을 내다보는 꿈이 있다.
더덕은 서너 해는 자라야 혀. 서너 해 키워서 장아찌 담가 먹어야겄어. 그럼 그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
입에 군침이라도 도는 듯한 말을 하시는 할머니 얼굴이 흐뭇하시다. 말씀하시는 그 마음에 늙음은 밀려나고 없다. 꼭 젊은 사람이 앞일을 꿈꾸듯 말씀하신다.
‘그래요?’하며 나도 덩달아 추임새를 넣어 드린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참 보기 좋다. 꿈이 있다면 82세가 무슨 문제가 되랴.
난 속으로 꿈꾼다. 할머니처럼만 나이 먹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