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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시민 여러분! 비닐은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세요!


BY 이안 2013-08-29

격주로 한 번씩 돌아오는 분리수거일이다. 분리수거를 안내하는 방송이 나온다. 시계를 흘끗 본다. 340분이다.

2시간 30분 정도를 기다려 610분이 다 되어서야 주전자와 함께 분리수거 상자를 들고 나선다. 분리수거와 지하수 받아오는 일을 한꺼번에 해낼 생각에서다.

혼자 살아서인지 분리수거할 것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뒤죽박죽 쑤셔놓은 것을 상자 째 들고 가서 왔다 갔다 하며 하나씩 버린다. 한데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부녀회장이다. 비닐봉지를 수거하는 곳에서 감시하고 있다. 재활용표시가 없는 것을 가려내기 위함일 터이다.

난 시청 담당자에게 한소리 들었나보다 한다. 그러니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거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나보다 조금 앞서 한 남자가 모아둔 비닐을 수거함에 던져 넣는다. 부녀회장의 눈이 잽싸게 훑는다. 그러더니 하나 건져올린다. 재활용 표시가 없는 검정비닐이다. 부녀회장은 그걸 집어 들더니 이건 안 된다며 남자에게 되돌려 준다.

세상에. 비닐을 땅에 묻는지 불에 태우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되고 어쩌다 하나 섞여 들어가는 것은 안 된단다.

난 그 앞에 가서 비닐을 수거함에 넣으며 말한다.

그렇게 하면 시청에서 상이라도 줍니까? 땅에 묻든 불에 태우든 환경오염이 되는 거 아니냐 하던 내 말에 환경부 상담 직원도 지자체장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던데.”

그동안 눌러왔던 불만이 다시 도져 나도 모르게 불쑥 나온다.

작년 2, 논산으로 둥지를 옮기고 첫 분리수거를 하던 날 겪었던 황당함이 되살아난다. 보령에 있을 때만 해도 모든 비닐을 수거해가 재활용표시를 보고 일일이 가려내지 않아도 되었었다. 한데 논산에 와서 비닐을 모아 수거함에 넣었더니 표시가 없는 것을 죄 가려 되돌려주는 것이었다. 이런 것은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리라며. 어이가 없어서 따져 물었었다. 그랬더니 제법 아는 체까지 하며 표시가 없는 것은 안 된다 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논산시에 전화로 민원을 제기했다. 처음 전화를 받은 담당자였던 젊은 애송이 여자애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기까지 했다. 내가 물러서지 않고 계속 따져 묻자 좀 윗대가리인 듯한 남자가 넘겨받았다. 그러더니 환경오염 운운하는 내 말에 그렇죠. 그렇죠.’ 하면서 내 비위를 맞추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끊을 때는 알아보고 전화를 주겠단다. 그러고는 끝이다. 전화도 없다. 담당자라면서 확실한 법적 근거도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환경부에 민원을 냈더니, 법을 들어 지자체장의 결정사항이라고 말했다. 난 환경오염의 주범인 비닐을 수거해가지 않는 게 말이 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담당자도 지자체장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단다. 난 지자체장의 결정사항이라기에 더는 따지지 않았다. 하지만 비닐을 쓰레기로 버리는 논산시의 처사가 못마땅한 것은 바뀌지 않았다.

난 비닐을 되도록 덜 쓰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생선이나 판에 있는 두부를 살 때는 그릇을 가져가기도 하고, 마트에서 어쩔 수 없이 가져온 비닐은 모아두었다 텃밭에서 작물을 수확해올 때 쓰거나 마트에 갈 때 되가져가 가격표를 떼어내고 재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오는 비닐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혼자라서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비닐은 비닐이었다. 땅에 매립되든 불에 태워지든 비닐은 환경오염을 피할 수 없는 골치덩어리였다.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려는 내 노력 때문에 작년 2월에 산 10짜리 20장을 지금까지 쓰고 있으니 봉투 값으로 엄살을 부릴 처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난 오염된 공기 때문에, 온난화 때문에 태풍과 폭염에 시달려야 하는 멀지 않은 미래가 자꾸 걸린다. 몽골의 땅도 점점 사막화되어 가고 있어서 머지않아 몽골 땅 절반은 사막이 될 거라 하는데 그때도 내가 살아있다면 그 폭군을 어찌 감당할지! 한숨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일도 아닌데.

눈앞만 보고 살아도 버거운 세상살이인데 난 어찌 그러지 못하고 늘 한 발 더 앞선 미래를 내다보고 사는 게 습성이 되어버렸는지! 그게 날 지탱하는 힘이면서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아 넘기지도 못하게 하니 때론 지금처럼 마음이 상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리고 씁쓰름함도 가시지 않는다.

쓰레기매립장 반대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있는 걸 시장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쓰레기를 줄이며 주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결정권자라는 생각에 밀어붙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내년 지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다는데 시민들은 또 그가 출마하면 꾹꾹 찍어줄까? 관에 두들겨 맞아도 흥흥만 할 뿐 따지지 못하는 사람들이니 또 모를 일이다. 불합리해도 좋은 게 좋은 것여 하며 눈 딱 감았다 뜨고 마는 사람들이 태반이니 뒤에서 쑥덕거리면서도 당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