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막바지 기승을 부리나보다. 시간이 돼서 잠자리에 누웠는데도 등이 식을 줄을 모른다. 뒤척일 때마다 누웠던 자리에 열기가 아주 많이 느껴진다. 그래도 설핏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것도 잠깐이다. 깨어보니 11시도 안 됐다. 다시 엎치락뒤치락한다. 하지만 잠은 올 거 같지 않다. 그동안은 그래도 잠은 잤는데..
한 번 밤을 꼴딱 새워봐? 밤을 새워보리라 마음을 먹고 거실 창틀에 가 앉는다.
될까? 한 번도 밤을 새워본 적이 없는 내가? 여행을 가더라도 잠을 설쳐본 적인 없는 내가?
그래도 이번엔 가능할 거 같다. 머리가 말똥거리는데.. 잠은 십리 밖으로 이미 달아났는데..
처음으로 인터넷에 들어가 본다. 잠은 오지 않는데 할 일이 없으니 것도 고역이다. 하지만 10분을 넘기지 못한다. 특별한 일이 없이 10분을 넘긴 적이 있었을까? 할 정도로 인터넷도 할 일이 없긴 마찬가지다. 뉴스도 낮에 이미 한 번 훑어봤다. 빠져나오고 만다.
밤에 깨어있기가 참 힘들다. 다시 거실 창틀에 앉아 밖을 내다본다. 오늘은 소리를 질러대는 시민도 없다. 조용하다. 구름이라도 하늘에 떠 있나 해서 방충망을 밀어내고 내다본다. 바람이 서늘하다. 아 시원하다 하고 고개를 든다. 한데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보름달이 떡하니 하늘에서 날 내려다본다. 비가 온다 했는데 정말 비가 오기는 할까?
어제, 자정을 넘겼으니 어제가 맞다. 어제 텃밭에 가서 비지땀을 흘리며 땅을 파고, 흙을 부수고, 퇴비를 뿌리고, 무 씨앗을 파종하고, 아파트에서 받아간 지하수를 흠씬 뿌려주고 왔는데... 그래도 비가 적당히 내려주면 딱인데. 그렇지 않으면 다시 지하수를 받아다 뿌려줘야 하는데..
텃밭 하나 가꾸면서 난 제법 농사꾼 티를 낸다. 아니 딱 농사꾼이다. 텃밭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날 그렇게 생각한다. 늘 마음은 농사꾼으로 무장하고 살아내고 있으니까.
앉아있는 것도 지겹다. 세 시간 정도는 버틴 거 같다. 시침이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다.
대자리를 밀쳐내고 맨바닥에 그냥 드러눕는다. 어라? 침대도 대자리도 이내 더워져 뒤치락거려야 했는데? 그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새 잠이 솔솔. 그럼 그렇지. 내가 밤을? 택도 없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