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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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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를 만들다.


BY 판도라 2011-08-24

아파트 알아보러 이리저리 다니던날.. 눈은 어찌 그리 많이 오는지..

올겨울이 에드먼튼 20년만의 폭설이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온통 하얀 길을 많이도 헤매도 다녔다.

한국에서 미시령 한계령 대관령 넘어다니던 솜씨가 여기서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줄 몰랐다.

한국에서 들어온지 겨우 몇 달되는 사람이 눈속에 차를 끌고 다니니 지인들의 걱정을 많이 한다.

가격이 싼집..

학교옆의 집...

한참을 고민하다 학교 바로 옆의 집을 계약했다.

외국인이니 집 계약할 때 워킹 비자를 보여주고 고용주의 연락처를 준다.

그러면 렌탈 오피스에서 고용주에게 확인 전화를 하고 아파트를 렌트해준다.

아파트를 계약하고..

아직 이사도 하지 않았지만 아이 학교를 먼저 찾아갔다.

이곳은 학교를 등록하러 갈때 집으로 배달된 전기요금 고지서를 들고 학교에 가서 등록을 한다.

실제로 살지도 않으면서 흔히 말하는 위장 전입생을 막기 위함이다.

그날도 내가 일을 하니 낮시간에 움직이질 못해서..지인의 도움을 받았다.

저녁에 집에 오니 아이가 한껏 고조돼 있다.

무슨 말을 열심히 하는데 앞뒤가 뒤집어지고..

밥은 준다고 밥값을 내라고?

여기는 학교 급식 없는데..

동사 명사가 뒤주박죽..

못알아 듣겠다.

결국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어떤 내용이고. 내일 무엇을 가져가야 하는지 물어봤다.

밥값이라고 120불 내라고 했다는데..

전화기 너머 지인의 웃을 소리가 넘어왔다.

그것은 밥값이 아니고 학교에서 점심을 먹기에 청소와 관리비용이라는 것이다.

애공..

좋다말았다.

매일아침 도시락 안 쌓아도 되나.. 하는 부질없는 희망을 잠깐 가져봤다...

이사하던날...

올겨울중 가장 추운 날이었다.

이사라고 해도 이불과 옷가지가 전부...

당장 밥끓여먹을 남비도 없다.

침대도 없고..

바닥에 이불깔고 누웠지만..

그래도 아이가 좋단다.

자기방이라고 한번가져보지 못했던 아이가 자기방이라고 생겼다고 좋다고 들어가 문을 꼭 닫았다.

방이라고 책상도 침대도 아무것도 없이 그냥 방만 있는데도...

바닥에 누워 기지개를 펴는 아이의 얼굴이 미소가 가득 피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