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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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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 남주자!


BY 매실 2011-11-08

특별관리사병들을 관리하시는 장로님의 주선으로 변변치 못한 내가 강의라는 걸 또 하게 되었다.

 

강의라기에는 부족한 것이지만 내아들 또래의 젊은이들이 왜 특별관리 사병이 되었는지

-주로 우울증이 있거나 삶에 의욕이 없는-

안타까운 마음에 작은 도움이나마 될까해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소개하던

'한국문화소개'를 그들에게 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경험이기야 하겠지만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소개하는 한국문화이야기 내용이

썩 궁금하지는 않을 것같아서 그 시간의 반 정도는 내 사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장로님이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기회, 좋은 자극을 주기 위해서

보잘것 없는 나한테까지 와서 아쉬운 소리 하시고

물심양면으로 애쓰시는 걸 보면 여러분은 참 감사해야할 것같다고 운을 뗐다.

장로님이 여러분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신다고도...

 

진정한 크리스찬의 모습이라는 말을 깜박했다.ㅎ

 

우리아들은 군 전역을 하고 현재 복학생인데

현재 모습만 보고 남들이 다부지다. 야무지다. 걱정 없겠다. 칭찬하면서

원래부터 그랬겠거니 하는데 사실은 다르다.

 

어릴 적에는 허약하고 몸도 바짝 마르고 손발이 작아서 발도 240mm밖에 안될 정도고

(다들 살짝 놀란다) 

공부도 어중간해.미술도 못해.음악도 못해.운동도 못해.

 

오죽해 축구팀에 껴주질 않아서 멤버는 커녕 물주전자도 못 들어보고

나가 놀라고 해도 놀아줄 사람이 없어서 5분 10분만에 되돌아오곤 했다.

 

심심해서 더 책을 봤던 것같다.

지금도 독서를 많이 하는데 걔를 키운 90%이상이 책이었던 것같다.

 

하도 눈에 안 차서 나부터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 위해 걔한테

너는 대기만성형이야. 지금보다 나중이 나을거야. 크면 클수록 더 잘 될거야.

(웃는 장병이 있었다.불쌍해보였나보다.ㅋㅋ)

 

마음속으론 나조차 정말 그럴까?하면서도 내가 낳은 아들이니까 어쩔 수

없었잖았겠느냐?

그랬더니 말이 씨 된다고, 그 때보단 지금이 낫고

아직 한창 자라는 아이라 뭐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에 비해

정말 용된 것같다.

 

중고등때는 또래들보다 허약하고 다부지지 못한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헬스를 하고 격투기를 두루 섭렵하더라.

사실 술을 안한 것도 너무나 어렵게 만든 근육이라 근육 망가질까봐 그런거다.

 

조기유학이 말이 쉽지 공부는 둘째치고 외로움과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과의

싸움이라서 어린 나이에 나쁜길로 빠지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 시기에도 술담배 안하고 운동하면서 잘 견뎌나온건

높이 산다(그럼서 술담배 끊으라고 살짝 강요했다ㅎ지들도 웃는다)

 

조기유학생들에 대한 오해를 풀기위해 애국심 얘기도 했다.

복학생 친구들이 거의 다 힘든 곳에서 군복무를 한 얘기

수색대,해병대,특전사...그들의 애국심.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되는 얘기.

 

그렇게해서 우리애가 해병대에 가게 된거고, 난 사실 엄청 걱정을 했는데

말로 다 할 수 없는 어려운 일들이 많았지만 2년을 무사히 잘 보내고 전역을 했다.

그 당시엔 너무나 긴 것같았지만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끝은 있더라.

 

그 때는 영영 가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이었는데

군대 갔다온 게 결코 헛되지 않더라.

 

군대 갔다오더니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한다.

중국에서는 10억 이상의 인구중에서 추려진 굉장한 수재들이 대학에 가기 때문에

그들과 경쟁해서 졸업장 따기가 어렵다.

 

그들은 모국어지만 우리애는 고등학교 때 갔으니 그게 이른게 아니지 않겠느냐?

게다가 영어를 번역하려면 걔들은 그냥 번역이지만 얘는 또 다시 중국어 작문을 해야하는거다.

중국어에 집중하다보면 영어가 내려가고 영어 좀 된다 싶으면 중국어를 잊어버리고.

정말 죽겠다고 한다.ㅎ

 

학점을 못 따면 계속 유급이 되고 지금까지의 유학생 중에는 졸업장이 아닌 수료증을

딴 사람도 많다. 같은 학년에 머무는 선배도 있다.

그러니 공부를 안할 수도 없는데 군대갔다 오더니 지금은 공부가 재밌다는 말까지 하더라.

 

군 전역하는 날

자기는 무적해병이라고 사회에서도 못할 일이 없다고 힘든 아르바이트에 도전을 했는데

하루 하고 나가떨어졌다.

 

왜 그랬는 줄 아느냐?
아침 10시에 밥을 주더니 밤9시까지 쉬는 시간도 없고 밥도 안주고

그 무거운 짐을 쉬지도 않고 계속 들어나르게 하더란다.

군대는 삼시 세끼 밥 딱딱 주는데 군대보다 더 빡셌다고 하더라.

자기는 팔다리가 떨려서 밥 안 먹고는 힘든 일 못 하겠다고 하더라.(이대목에서 다 웃음

공감하는가 봄ㅋ)

세상에 쉬운 일은 없더라.

 

조기유학생이라고 하면 부모 잘 만나서 호강한 걸로 오해하기 쉬운데

우리애는 고등학교때 유학간 얼마 후에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서 회사도 집도

다 없어지는 그런 일을 겪었다.

집에 함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린 나이에 남의 나라에서 얼마나 불안했을지

남모르는 맘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고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우리 네식구 굶어죽지 않고 여기까지 무사히 온건 정말 기적인데

어려운 때에도 똘똘 뭉쳐서 하루 하루 기도하면서 열심히 살았더니 오늘이 있더라.

아직 회복단계고 다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 여기에도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혹은 한쪽 부모만 계시거나

우리집처럼 집안형편이 어려운 장병들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런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낙망하지 말고 기도하면서 열심히 살다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온다.(이 때 고개를 슬쩍 떨구는 친구들도 여럿 있었음ㅠ)

 

자기들과 엇비슷한 얘기들에 공감이 갔던지 표정이 진지해지는 장병들이 많이 보였다.

 

프리젠테이션자료와 동영상을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버킷리스트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잘 모르는 것같았다.

영화에서 시작된 이야기고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을,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소소한 것까지 수첩에 적어두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거다.

 

여러분도 돌아가면 꼭 한 번 적어보기 바란다.

누가 너무 미워서 때려주겠다든가 이런 나쁜건 적지 말고 좋은 것만 적어서

하나씩 실천해보길 바란다.

아마 하루 하루가 정말 행복하고 즐거워질 것이다.

 

내가 여러분 나이일 때는 나이가 더 들면 무슨 재미로 사나?

주름도 많아지고 사는 재미가 없을 것같은데 그랬는데

살아보니까 지금이 나는 인생의 가장 피크인 것같다. 지금이 좋다.

 

그런데 누구에게 들어보니 7~80대의 삶에 대한 애착과 의욕은 엄청 더 강하다고 하더라.

공공 헬스클럽에 가본 50대가 그들의 운동에 대한 엄청난 노력을 보고 저렇게 운동하다간

전사하겠다 싶어서 나가떨어졌다고 할 정도로 열심히 한다더라.
 

왜 그런 줄 아느냐?

그 나이가 되면 이 좋은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어서 어떻게든 운동을 열심히 해서

건강하게 오래 살려고 그런거다.-다들 눈을 내리깔고 진지해짐-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_*_$%$^$이런 것들이 있는데

그 생각을 하고 실천할 때마다 하루 하루가 즐겁다.

 

우리아들이 중고등때 너무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것도 피흘리고 얻어터지고 때리는

격투기만 좋아해서 아...저 시간에 공부를 더 열심히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나쁜 것말고는 헛된 것은 없더라.

 

군대 갔다오더니 종합격투기 동아리를 만들어 자기가 회장을 하는데

남자들이 격투기에 대한 관심이 많은지 신청자가 많아서 정말 하고 싶은 사람만

추려서 운영을 한다고 한다.

이번엔 여자들도 네 명이나 들어왔다고 하니 좋을 것같다.

 

좋게 소문이 났던지 이번에 한인잡지에서 취재를 다녀갔다고 하더라.

나중에 이력서에 동아리 회장한 걸 써넣겠다고도 한다.

 

여러분도 자신이 좋아하거나 필이 꽂히는 것이 있다면 열심히 하길 바란다.

생각지 않게 도움이 될 때가 있을거다.

 

우리아들은 밝고 긍정적인 성격에 붙임성이 있는 편이라 이 엄마와도 대화를 많이 나누는데

돈 많이 벌어서 집과 차를 사주겠다는 공수표를 자주 남발한다.

그게 분명 공수표인 줄 뻔히 알면서도 듣는 부모입장에서는 참 흐뭇하고 좋다.

 

여러분도 집에 가면 부모님께 그렇게 해보시라.

그러면 아마 부모님이 겉으로는 혹시 '니가 뭘 해서 그렇게 해?'할지라도 속으로는

'아...우리 아들이 군대 가더니 정말 사람 됐구나.'하고 크게 기뻐하실 것이다.

 

끝날 때까지 졸거나 몸을 배배꼬는 이들 없이 진지하게 듣는 걸 보니

나도 아들의 친구들을 불러앉혀놓고 진지한 대화를 한 기분이 드는데,...

 

그것이 나의 착각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다만,그 찬란한 나이에 죽으려는 생각따위는 버리고

살고자 하는 의욕이 조금이라도 일어나는 자극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