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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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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탓을 하고 싶어서...


BY 박시내 2010-09-29

친할아버지에겐 형이 있었다.

 

즉 아버지의 큰아버지..  당대 잘 나가던 사람. 

 

양복점을 크게 했다고는 하지만,  수군대는 소리로는 사채업자였을지도 모르겠다.

 

서울 한복판에 이층집(일본식으로 지어진 건물이었겠지)을 지니고,  첩을 여럿 거느렸던 남자.

 

난  그 큰할아버지를 본 적도 없거니와, 그저 줏어들은 이야기가 전부이므로, 그냥 '남자'라 지칭하고 싶다

 

일찍 결혼한 남자는 딸 둘을 낳는다.   그러나 애가 하나였을때 이미 첩을 본 남자. 

 

본처는 참고 살아보자..해보지만  그 와중에도 일명 기집질에 빠진 서방을 더이상 믿고 살 수가 없었다

 

결국 아이둘을 데리고 일찌감치 떠나버린 본처..

 

남자는  첩을 집에 들이게 되고, 아이들을 낳는다.

 

남자는 두번째 첩을 또 집에 들이게 되고, 그 첩에게서도 아이들을 낳는다.

 

한 집에 첩이 둘이되고, 뒤섞여 자라는 여러명의 아이들,,

 

첩이 첩꼴 못본다고,  두번째로 들어온 첩이  첫째 첩을 이기면서 사는 풍경.

 

남자는 행실이 그래뵈도 자식들의 교육열은 대단하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조카였던 나의 아버지까지 도와 주었다하니...

 

친할아버지 - 남자의 동생 - 은  한국은행뒷문에서 구두수선하며 근근히 먹고살았다고 했다

 

 

남자는 첩을 둘이나 집에 두고도  기방을 드나들며 제 3의 첩을 물색중이었다

 

드디어, 맘에 드는 앳된 기생을 꼬득여 집으로 데리고 온다.

 

정실자리는 아니어도,  온전히 자신혼자만 바라볼수 있고, 또한 머리도 올릴수있는 기회라 생각한

 

앳된기생은  집에 쫒아온 다음날로 도망치려했다.

 

허거걱,, 여우같은 첩과, 죽어라 일만하는 첩과, 그 사이에 낳은 자식들이 우글거리는 소굴..

 

그러나 남자는 그 기생을 도망못가게 문을 잠궈버렸거니와, 힘쓰는 장정하나를 붙였다.

 

결국 기생은 방에서 목을 메달아 자살을 해버렸다.

 

얼마나 많은 저주와 한탄을 하며 갔겠는가?

 

남자에게도 열에 가까운 딸들이 있질않은가?

 

그 기생과 거의 나이가 비슷했던 딸은 숙명고보에 다니며 아침마다 눈을 내리깔고 학교에 갈때마다

 

기생이 기거하던 방을 흘겨보며,  또한  그  싸늘한 눈길을 서러움과 부러움과 체념과 수치심과,,그 밖의

 

감정으로 느꼈을 그 앳된기생을 생각하면  난 지금이라도 그 기생을 위한 사당이라도 만들고 싶은 심정이다

 

 한국전쟁이 터지고, 또 세월이 흘러, 남자네도 우환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딸들이 잘 안되는집..   (엄마는 늘 이런 넋두리를 했다)

 

바리바리 실어보내 시집보낸 딸은 알고보니 빈털터리 망나니와 결혼을 한것이고,

 

남자의 가장 귀염을 독차지했던 숙명고보에 다니던 반듯한 딸은 어느날 갑자기 미친여자가 되어

 

집을 뛰쳐나가 생사를 모르게 되고,

 

또 결혼한 어떤 딸은 의지가지없이 혼자 동굴에서 애를 낳다 죽었으며,

 

또 어떤 딸은 인해전술로 내려온 중공군중 한 사람과 결혼하여  죽도록 고생하며 늙어가고...

 

다 열거를 할 수도 없을정도로  딸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라고 밖에는 의미를 찾을 수가 없을지경이다.

 

두명의 첩들은 늙어 각자  자신이 낳은 자식들중 한명의 집에서 몸하나 부지하며 살게 되고,

 

남자는 늙은 몸을 이끌고 이 자식집에서도 안받아주고, 저 자식집에서도 안 받아주고 (첩들의 제지로인해)

 

결국 행길에서 객사를 하게된다.

 

 

'딸들이 다 안되는 집 '   이 메아리가  난 아주 어려서부터 듣고 자랐다.

 

'기생의 분노어린 저주 '  난 아주 어려서부터 가슴 한켠에 이 말이 자리잡고 있었다.

 

 

우연이겠지? 

 

아니면 진짤까?

 

큰할아버지를 본적도 없는 나와 언니역시 인생이 순탄하지 않으니 말이다.

 

모든게 내 선택의 결과물이 아무리 인생이라하지만,

 

항상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듯, 도처에 우환이 도사리고 있는듯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