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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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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순


BY 정국희 2010-10-15

 

 

 

고구마 순

 

 

부엌에 있던 고구마

순한 싹을 틔웠다

생살 뚫고 간신히 숨통 애린 생명

댕강 부러뜨리고 삶아 먹을 없어

보시하 물을 부어 주었다

 

날 아침

쑤욱 올라온 순들

키순대로 정렬하여

대롱대롱 빛을 잡고 있는 모습

너무 이뻐서

가슴 켠이 시렸다

이 말간 새순들

물이 아무리 많아도

물만으로는 살 수 없을 텐데

 

산다는 잠시 빛을 쥐었다 놓는

 

죽음이 없다면 태어난 의미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파릇파릇 죽음을 노래하는 잎들

 

세상에 눈물겹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만

가늘가늘 매달린 연약함이

눈물겨워서 눈물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