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눈동자도 멈추었다. 다만, 무서운 눈으로 아이를 노려보며 무언의 화를 낸다.
“깊고 깊은 곳 춥고 어두운 그곳에 영원히 가두어 버리기 전에 썩! 꺼지거라!”
또 다시 강하디 강한 화가 머리끝이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오며 소릴 지른다.
순간, 아이는 스르르 눈을 감았고 나는 불 같았던 형언할 수 없었던 화“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하게 가라앉는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평온함. 그 제서야 난, 옆 자석에 앉은 큰 아이에게서 눈을 돌리고
앞을 바라보았다.
“ 똑바로 보거라~ ! 네 자식이더냐? 당장 네 갈 길로 가지 않고 무엇하고 있더냐? 썩! 떠나지 못할까?”
또 다시 분노의 “화”가 가슴에서 무겁게 솟아오른다.
내가 바라보며 무거운 화를 내고 있는 곳에는 3일 낮 밤을 꼬박 새운 작은 아이가 아빠의 영정사진을
안고 비스듬히 쳐진 듯 앉아 있었다.
공황장애인가.. 환상인가... 꿈인가..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일들이 내 안에서 계속 일어났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나는 작은아이의 몸속으로 들어가려는 아이 아빠의 존재를 느꼈으며 이로인하여
화를 내는 것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깊은 가슴속에서부터 저절로 솟아올라 호통을 치고 있었다.
내가 아닌 나,
내가 될 수 없는 내 마음..
할머니.. 할머니의 존재가 어렴풋이 느껴진다..
그토록 피비린내에 괴롭다며 호소하던 큰 아이가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는다.
“이제 괜찮아? 냄새 안나?”
“응.. 이제는 안 나는데 아까는 너무 심해서 너무나 괴로웠었어..”
“그래..”
납골당.
기독교관 / 불교관 /무교관
기독교관으로 가야한다는 시누들의 의견을 누르고 무교관을 선택하였다.
그 사람도 나도 아이들도 모두 아무런 믿음이 없는 상태에서 기독교관으로 간다는 것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당장 물로 뛰어들어 수영하라는 격과 같다며 거부하였다.
맨 상위층에 자리를 잡은 그의 유골함.
아직은 빛이 바래지지 않은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들을 보낸 사진 2장과 노오랗고 분홍빛의
조화 꽃들로 장식을 마무리 하고 아이들의 손을 잡았다.
“여보.. 넘어지지 않을게.. 이렇게 붙잡은 아이들의 손 절대 놓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갈게..”
그가 웃는다..
환한 햇살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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