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더운데 아침부터 남편과 신경전이 벌어졌다
집안에 있는 열쇠 꾸러미들을 다 들고 나오더니 분류한다고 내게
이름표를 붙이란다
마침 내 책상에 견출지가 있길래 3층 호수를 써서 열쇠에 붙였더니
냅다 소리를 지른다
"그것두 하나 제대로 못 해?"
나는 순간 기분이 확 나빠졌다
아니, 그게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일인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그게 무슨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고, 마음에 안 들었으면 어떻게 하는지를
말로 하면 될 것을 왜 냅다 소리부터 지르는지 원~~~
내가 무슨 자기 자식이라도 되는지 아나?
오죽하면 방 계약하러 왔던 사람이랑 얘기하다 습관적으로 소리가 커지니
아저씨 화나셨냐고 묻기까지 해서 민망했던 적도 있다
자기 성질에 못 이겨 먼저 소리부터 치고 보니 그게 아무한테나 통하나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 때 왜 화를 내냐는 말을 들은 적이 많다
그럴 때 모습을 동영상으로라도 찍어서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TV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를 보면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건
어른들의 잘못 때문이다
특히 엄마들의 양육태도를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주면 거의 다 눈물을 흘린다
자기의 적나라한 모습을 가감없이 보면 충격을 받다 후회를 하니 말이다
아마 남편도 그럴 때 자기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면 얼마나 추한지를 알 것이다
화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벌컥 화를 낼 때면 내가 배우자가 아니라
무슨 학생이라도 되는 기분이다
늘 가르치려 들기에.....
자기는 늘 잘하기만 하는지
아니, 늘 자기는 잘 한다고 착각을 하긴 한다
그러니 안 되는 건 늘 남 탓을 하니 말이다
하루종일 말을 안 했다
그러면 누가 아쉬울까?
저녁 때쯤 배가 아프다며 약이 어디 있냐구 한다
그때서야 내가 한 마디 했다
"죄없는 마누라한테 소리를 지르니 멀쩡하던 배가 안 아프겠어?"
그러게 나이 들면서 마누라한테 잘 해도 모자랄 판에 소리는 왜 지르냐구
이 양반아!!!
성질 좋은 내가 져줘야지 이긴들 무엇하리
지는 게 이기는 건줄도 모르고 매사 마누라 이기려고만 드는 버럭쟁이
울 남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