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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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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귀성(?)


BY 시냇물 2011-09-16

 

추석에 친정엘 못 가보니 엄마가 어찌 보내셨는지가 몹시 궁금해졌다

하나뿐인 남동생은 이번에 올케가 몸이 안 좋으니 엄마네로 못 오고

대신 78세의 친정엄마가 원주에서 남양주 남동생네로

가셨다고 한다

 

말 그대로 역귀성이 된 것이다

그 소리를 들으니 걱정이 앞섰다

연세도 있으신데 자칫 혼자 다니시다 뭔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엄마는 아직도 청춘인줄 아시는지 괜찮다는 말을 하시는데

그건 엄마의 생각일 뿐 어디 몸이 말을 들어 주나

 

어떻게 가셨나고 물어보니 원주에서 기차를 타고

청량리역까지 와서는 다시 좌석버스를 타고 남양주까지

가셨단다

원주에서 한 번에 가는 차편이 있으면 훨씬 편할텐데 싶어

교통편을 찾아보니 아쉽게도 원주에서는 구리까지 밖에

가는 차가 없었다

엄마는 굳이 당신이 아시는 길로 다녀야 한다며 그렇게

하신 것 같다

 

남동생이 모시러라도 왔으면 좋으련만....

 

제기가 다 원주에 있으니 남동생네 집에선 음식 몇 가지

준비해 파주에 있는 통일동산 아버지 산소에서

차례를 지냈다고 하신다

이래저래 고생하신 추석 명절을 보내셨다

 

그래도 엄마는 씩씩한 목소리로 잘 다녀왔다고 하시니

다행이라 여길 밖에...

 

이번에 이런저런 일로 형제간에 서로 앙금이 생기고 보니

각자 알아서 명절을 보내게 되어 사실은 씁쓸한 마음이

많이 있다

 

이렇게 서로 연락도 없이 지내다 엄마라도 돌아가시면

만날 일이나 있을까 싶어져 더 그런 생각이 드나보다

 

옛말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 했는데 그것도 어렸을 때

이야기에 불과한 건지, 이제는 서로의 가정과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보면 그런 감정도 무뎌지는 가 싶기만 하다

 

내 생각에 형제란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골칫덩어리내지는 부담이나 주는 존재로 인식되다보면

자연히 관계가 자꾸 소원해진다는 걸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다

 

그래도 엄마 말씀이 남동생 내외가 아주 다정한 모습을 보여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하시니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어차피 자식은 품안의 자식일뿐 늙어 가면서 부부가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아니겠나 싶어 서로에게 잘 하고 살아야

한다는 얘길 친정엄마에게 했다

 

살아가면서 나 역시 그런 감정을 진하게 느끼게 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