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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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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잘 계시죠?


BY 시냇물 2011-08-29

 

지난 25일은 친정 아버지의 11주년 기일이었다

올해는 하나뿐인 올케가 몸이 안 좋아 병원엘 다닌다길래

행여 시아버지 제사로 스트레스를 더 받을까봐 아예

성당에서 연미사를 드리기로 언니와 엄마에게 의논을 했다

 

처음에 엄마는 서운한 지 금방 대답을 안 하시더니

언니도 그렇게 하는게 좋겠다는 얘길 하니 그러자고

동의를 하셨다

남동생은 미안한 지 "그래 주면 좋지"라며 자기 대신

나보고 엄마에게 잘 말씀을 드려 달란다

 

여동생네 세탁편의점 일로 언니가 의논할 게 있다고 해서

오전에 일찍 원주로 출발을 했다

여동생이 언니에게 자꾸만 돈을 빌려 달라는 바람에

언니는 혼자 적잖이 고민을 하느라 얼굴이 다 새까매져 있었다

 

그동안 여동생네를 원주로 부른 죄로 걔네가 어려울 때마다

빌려주고, 빌려주곤 했는데 이젠 가게까지 접을 지경이 되고보니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감당을 못하고 있으면서 언니를

괴롭히고(?) 있으니 같은 형제로서 내가 다 미안할 지경이었다

 

남동생도 사업을 할 때 숨 넘어가는 소리를 해대며 언니와 형부에게

빌려 가 놓구선 이렇다 저렇다 말 한 마디 없이 아직도 힘들다는

소리만 하구 있고, 이번에 여동생네까지 언니의 목을 죄어대니

그들의 경제관념이 이해가 안 되었다

 

원래 빚이란 자기 수입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나는 하고 있기에 내가 보기엔

자기들 쓸 건 다 쓰면서 사니 빚을 지는 게 아닌가 싶어

형제라도 다시 보였다

그러면서 정작 언니가 난색을 표하면 그동안의 고마움은 다 어디로

가고 그저 서운하단 소리들만 해대니 이건 또 무슨 황당

시추에이션들인지.....

 

나는 혼자서 어렵게 애들 둘 키울때도 아무리 힘들어도

손 한 번 벌려본 적이 없는데 다들 나보다는 잘들 살면서

누굴 믿고 그렇게 저질러 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언니 역시 마음이 모질지를 못해 동생들이 아쉬운 소리를 하면

어떻게든 해결을 해주곤 하느라 이날 이때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하고 있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더 이상 그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는 건 무리라는 생각으로

자기들이 책임지게 언니는 이젠 모른 체 해 버리라는 얘길 했다

모질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뒷감당 하는 사람

따로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런 저런 일로 4시쯤 엄마 집에 도착을 하니 마침 막내 여동생이

먼저 와 있었다

다른 때 같으면 제사 준비하느라 음식 냄새가 났을텐데

이번엔 집이 조용하고, 썰렁하기 까지 하니 마음이 심란해졌다

 

오랜만이라 안부를 묻고 제부도 잘 있느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정색을 하며 "왜 안부를 묻는 이유가 뭐야 그 저의가

의심스럽네!"하며 황당한 발언을 한다

원래 까칠한 성격으로 상대에게 거침없는 소리를 잘 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건 무슨 봉변인지 원,

날이 날이니만치 부딪쳐 봐야 안 좋을 것 같아 얼른 자리를 비켜

열뻗친 마음을 가라 앉히려 한참을 밖에서 산책을 하였다

 

내가 나간 새 이번엔 그 화살이 엄마에게 날아갔는지

엄마 역시 화가 나셔서 울끈불끈 하고 계셨다

어차피 그날 올라간다 했길래 여동생에게

"너 그냥 올라가라" 했더니 씨근씨근대며

"가도 와도 그건 내가 알아서 해"라며 또 시비를 붙게 생겼다

 

더 이상 왈가왈부 하기도 싫어 다시 자리를 피해 버렸다

들어가 보니 갔는지 안 보였다

왜 오랜만에 만나도 서로 좋은 소리를 못하고 이런 꼴이 나는지

마음이 착잡해졌다

 

남동생과 올케한테선 아무 연락도 없길래 나 혼자

엄마를 모시고 성당을 향했다

언니와 형부, 나와 엄마 이렇게 넷이서만 조촐히 아버지를 위한

연미사를 올렸다

 

그날따라 신부님의 강론 말씀 말미에 서로 사랑하라는 내용이 나오니

왈칵 눈물이 나왔다 

 

참으로 기분이 씁쓸하였다

5남매나 되는 자식중 달랑 언니와 나만 참석을 했기에....

 

이런 우리를 보시는 아버지는 과연 마음이 어떠셨을까?

 

아버지가 늘 바라시듯 서로 우애있게 지내야 하는데

세월이 가면서 서로의 감정이 자꾸만 어긋나 엄마마저

안 계시면 과연 서로 만날 일이나 있을까 싶기만 하다

 

 

과연 피는 물보다 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