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두 중순이 넘어 가는데 오늘도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참말로 눈구경은 실컷 하는 날들이다
어제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큰 아이가 시댁에서 보내주신 이바지 답례
과일 보따리를 들고 집으로 왔다
강릉에 사는 친구에게 특별 부탁한 이바지를 보냈더니 잘 받았다고 그 답례를
보내주신 거였다
이바지가 조촐하니 그렇게나 답례 안 해도 된다고 말씀 드렸건만...
40년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이 황혜성사단에서 요리를 배워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다길래 이왕 보낼건데 사돈댁에 친구의 솜씨도 자랑할 겸, 그만큼
정성을 가득 담아 특별히 잘 해 줄것으로 믿었기에 부탁을 한 거였다
지난 번 작은 아이때도 이바지 음식에 정성이 가득 담겨 있는 게 보여
친구한테 고마웠고, 아이는 아이대로 시댁에서 칭찬을 들었다고 하기에
이번에도 또 주문을 하였다
큰 아이 시댁 어른들은 술을 좀 하시는 것 같아 이번엔 떡을 좀 줄이고 술안주로
하실만한 걸 부탁했더니 문어와 전복초를 정성스레 만들어 고속버스편에 보내 주었다
아이 얘기를 들으니 자기들이 사 온 코코넛 술과 안주를 시댁 어른들이 드시면서
칭찬이 자자했다니 보람이 있었다
아이들 신혼여행 가방을 비롯해 우리 집에 있는 짐을 아이들 집으로 갖다 주려는데
큰 아이가 봉투를 하나 내밀며
"엄마, 이거 얼마 안 되지만 갖구 쓰세요!"
결혼 부조금 자기 앞으로 들어온 건 다 주었더니 그걸 내게 돌려주는 거 같았다
(어차피 자기 앞으로 들어온 건 자기가 갚아야 할 몫이라 준건데...)
내가 결혼할 때 이것저것 많이 해주지도 못했는데 이제 살림 시작하는 저희들이
쓰기에도 빠듯할텐데 나를 챙겨주다니 갑자기 목이 메었다
자랄 때도 떼 한 번 쓰지 않았고, 자기 일은 알아서 잘 하던 아이라 잔소리가
필요없을만큼 일찍 철이 들었는데 맏이라 그런지 엄마 생각하는 마음도
깊기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다
독립심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빨리 생겼다고 할까?
아마도 홀로 있는 엄마, 여동생을 생각하면서 책임감이 컸던 탓일 수도 있겠다 싶어
큰 아이만 생각하면 늘 가슴이 뭉클해진다
내게는 정녕 동지같고, 친구같고, 남편같이 든든한 존재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