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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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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병원에 가볼까?


BY *콜라* 2010-04-02

일찌찌감치 저녁을 먹은 탓일까

도서관에서 인디아나 존스를 빌려와 원본을 보던 그가

뭐 먹을 거 없냐고 졸라댄다.

 

이럴 줄 알았다.

음식 파는 가게에서 먹을 거면 저녁식사 될 양으로 먹으라고 해도 

괜찮다며 야채에 닭가슴살만 먹고 들어와선

잠자리에 들면 배고프다고 보채서 라면 끓인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삼겹살... 양송이... 새우 곶감... 아몬드... 초콜릿..... 밥이 없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된 듯 주방으로 가  치치치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뭔가 하긴 한데 모르쇠로 일관했다.

밤참을 먹을 바엔 차라리 수면제를 먹는 게 낫다지 않던가

 

"나와~ 얼른 안 나오면 다 먹는다~"

 

궁금해서 거실로 나가보니 삼겹살에 뽀얀 쌀밥을 차려 놓고 무지 행복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건강을 위해 잡곡 밥 하는 걸 알면서도 '쌀 밥 좀 먹자'는 투정하다가

이렇게 내가 잠시 방심한 틈을 타 하얀 쌀밥을 급속기능으로 해 놓고

한 밤중에 삼겹살까지 구워 뽀사시하게 웃고 있다. 

 

"밥이 이래야지. 졸깃쫄깃한 것이 입에 짝짝 달라 붙는다 붙어~ ~~ ~~ 맛있다"

 

쌀 밥 한 숟갈을 퍼서 코 앞에 들이대며 한 번만 먹어보라고 난리다.

이럴 때 보면 딱 아이같은 그에게 솔직하게 맛을 인정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랬다간 맨날 쌀밥만 달라고 할 게 뻔해서 끝까지 딴 소리를 하며 궁시렁거렸다.

 

"아니, 뭘 먹어도 입맛이 짝짝 달라붙는데 밥까지 짝짝 달라붙으면 어떻게 해..."

 

살짝 눈을 흘기면서 안 먹는 척 부지런히 집어 먹는 내 입이라고 뭐 자기랑 다를까.

흐미, 갓 지은 쌀밥.... 간장만 있어도 달게 먹겠다. ㅋ

게다가 고추장에 찍어 먹는 삼겹살의 젤라틴이 고소하다 못해 침샘에서 단물이 난다.

 

"우리 병원에 가볼까?"

 

헉! 밥 먹다가 병원은 왜? 놀라서 칵 체할 뻔 했다.

혹시 어디 아픈건 아닌가? 놀라서 칵 체할 뻔 했다.   

 

"아니.... 뭘 먹어도 입에 짝짝 달라붙게 넘 밥 맛이 좋은 게 무슨 병인지 물어보게"

 

~

내가 진단한다.

 

소견:현재 식성 제어 불능 2. 3기로 진행되면 비만에 고혈압. 4기는 당뇨병과 그로 인한 합병증에 무방비 노출 상태로 심히 건강을 염려해야 하는 상태로 진행될 것임.

쌀밥을 포기하고 육식을 줄이며 야식을 금지하는 등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