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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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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 좋습니다


BY 만석 201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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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에 두 늙은이. 참 재미도 없는 조합이다. 아이들이라도 드나들 때라면 이러구저러구 말장단이라도 맞출 것을. 도대체 하루 종일을 서성거려도 말 붙여볼 여지가 없다. 영감도 그럴까? 갈수록 말 수가 적어지는 영감은 이제 아예 입이 붙은 모양이다. 정말 입이 붙었나 싶어서 말을 붙여본다.

 

전화 온 거 없었어요?”

.”

세돌이 밥 줬어요?”

.” 세돌이는 새로 분양을 받은 깜둥이 푸들이다.

 

전에 같으면,

핸드폰을 보면 알지.”라든지,

걔한테 물어봐.’라고 퉁명이라도 떨 것이나 이젠 최대한의 단답형이다.

말하다 죽은 귀신이 붙었수?”라고 악을 박박 써 봐도 도통 대응이 없다.

 

사실은 미국을 다녀온 뒤로 가게를 열지 않았다. ‘시차적응이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딩굴딩굴. 누군가 왜 그러고 있느냐고 나무랄 사람 없으니 두어 달을 줄기차게 노닥거린다. 나무라는 사람이 없으니 것도 재미가 없다. 훌훌 털고 일어나 셔터를 여나, 셔터가 열렸다고 일감이 쏟아지는 건 아니니 올랐다 내렸다 친구들만 모여 군밤파티반감파티도 신물이 난다.

 

세상사는 참으로 묘하다. 아니, ‘나만의 기호인지도 모르지. 이제는 일감이 좀 생겼으면 싶을 때 일감이 생긴다. 일감이 생기니 생기가 난다. 옳거니. 내 팔자는 일을 해야 신명이 나는구먼. 아니지. 주머니가 불러오는 재미겠지. 아니. 영감의 쩐이야 내 멋대로 쓸 수가 있간디? 크게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내 맘대로야 쓰겠느냐는 말이지. 내 손으로 번 것이 내 것이지.

 

좋다. 내려와 앉았으니 참 좋다. 눈 피곤하고 힘이 든 일감은 적당히 보이콧도 하고 수월한 일만 챙긴다고 아이들과 약조를 했으니 약속은 지켜야지. 많이 번다 싶으면 아이들이 생활비를 줄일라. 적당히 심심찮게 눈에 무리하지 않게 그렇게 움직이자. 손을 써야 치매도 오지않는다잖여~. 짜잖은 수입이지만 건강도 챙기고 일석이조렸다?!

 

내려오고 보니 그나마 영감이 독수공방이로세. 옳거니. 나만 좋아서야 쓰나. 그렇잖아도 영감이 병을 앓고는 운전하는 걸 막느라고 차를 없앴더니,

이제 영감만 갖다 버리면 되겠네!” 하지 않던가 가엾은 생각이 든다. 그래. 일주일에 세 번은 오후 4시,  좌르르 셔터를 내리고 산행을 하자. 북한산 한자락을 뒷동산에 두었으니 이 또한 복이로세.

 

좋다. 참 좋다. 작업도 요만큼만 하고 산행도 이대로만 하고. 정기검진 받으러 병원 다니는 것도 행사로 생각하자. 아직은 아이들에게 걱정 시키지 말고 둘이 손잡고 다니자. 안과도 같이 가고 내과도 함께 가고 신경외과도 나란히 다니고. 오는 길에 맛있는 거 보이면 사 먹으면서 말일세. 오가는 길에 만난 지인들이 말한다.

보기 조~습니다.” 보기에 좋다잖아~! ㅎㅎㅎ.

 

보림아~!

보기에 좋다는 건 칭찬이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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