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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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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처럼 말이지


BY 만석 2015-03-16

옛날처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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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사무실을 닫은 지 4개월여. 그만하면 안방을 지키기도 신물이 나나보다. 봄바람이라지만 아직은 차다. 먼 길을 다니기에는 아직 걱정스럽다. 내가 걱정을 한다고 말을 들을 영감도 아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입을 닫는다. 그래도 모자를 쓰라는 청은 들어 언제가부터 모자는 제법 잘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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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앓고 나더니 많은 변화가 남편에게서 보인다. 주방 출입이 잦다. 쌀을 씻어 담구기도 하고 미처 처리하지 못한 설거지도 한다. 거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진즉에 그리 했더라면 마누라가 예쁘다 했을 터인데. 허긴. 지금도 내가 있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바쁜 마누라를 배려한다는 의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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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구!!! 쉬는 마누라를 배려할 수는 없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돈 버는 마누라에 대한 미안한 마음? 아니면 돈 버는 시간을 늘려주려는 속셈? 47년을 데리고(?) 살아온 이력으로 보아 그렇게 계산적인 남자는 아니다. 영감의 자존심이 그렇게 자잘한 것들을 담아 둘 만큼은 아니라는 말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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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 볼 영감의 심사는 그렇다치고 내 마음이 별나다. 설거지를 해 주는 남편을 둔 친구들이 부러웠고 청소기를 돌리는 그녀들의 영감을 칭찬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여태껏 그리 않던 내 남편의 변심이 그리 달갑지를 않다는 말이지. 당당하고 의기가 양양하던 영감이 좋았던 게야. 마누라의 작은 키에 맞춘 싱크대에서 구부정하게 서서 설거지를 하는 영감이 눈에 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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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도가 지나치더니 이른 아침에 아직 곤한 잠을 자는 마누라를 두고 밥을 짓는다.

밥 먹어.”

물론 전 날에 내가 앉혀놓은 솥단지이기는 하지만 이건 무슨 뚱딴지스러운 일인가.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고 일어나서는 안 될 만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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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일을 마치고 올라가니 영감이 뽀얀 씰 뜨물을 한 양품 받아놓았다. 세상에~. 럴수 럴수 이럴 수가. 나는 영양크림을 바르지 않는다. 며느님들이나 딸아이들이 사다주는 것 외에는 내 손으로 사는 일은 결코 없다. 피부에 자신이 있어서도 아니고 게을러서도 아니다.


쌀 뜨물로 세안을 하고 알로에의 진으로 팩을 한다. 영감이 내가 그리하는 걸 눈여겨 본 모양이다. 나처럼 농약을 씻어내느라고 애벌 물을 버린 깨끗한 뜨물인 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건 대변혁이다. 원래 그러던 사람은 아니었지으니 말이지. 그런 영감이 마누라 세안하라고 쌀 뜨물을 받아놓는다? 남의 영감이 그리했다면 나는 아마 쓴소리를 했을 게다.

 

병원의 주치의가 말하더군. 뇌를 앓으면 사람이 변한다고. 아주 난폭해지든지 아주 조용해진다고. 영감은 후자인 것 같다. 내가 말을 붙이지 않으면 종일 입을 떼지 않는다. 원래도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는데 아예 입을 봉한 것 같다. 보림이가 들어오는 날이면 만면이 환하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살갑게 다가서지도 않는다. 그냥 멀찌감치서 노는 양을 바라만 봐도 즐거운가 보다. 당당했음 좋겠다. 옛날처럼 말이지.

 

                                                                   
                       모처럼 아랫층으로 나들이를 나온 영감.           아이들은 그저 쳐다보는 것으로 마음이 족한가.

                                따끈한 커피 한 잔을....                               제 덩치보다 더 큰 밍크(개 이름)를 가둬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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