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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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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첫 번째 말다툼1


BY 만석 2012-01-28

 

그들의 첫 번째 말다툼


떡국을 점심으로 먹는 중이다. 며느님의 음식 솜씨가 늘어서 이젠 제법 제 맛을 낸다. 아들과 며느님과 손녀 딸아이, 이렇게 네 식구다. 며느리가 손녀 딸아이의 떡 점을 가위로 잘게 썬다. 아직 떡 점을 그냥 먹기에는 손녀가 어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위질을 하는 며느님의 모양새가 좀 요란하고 부자연스럽다. 그녀가 왼손잡이라는 것은 이제 익히 알고 있지만, 가위까지 뒤집어 잡았구먼. 엄지손가락이 들어갈 작은 구멍에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을 넣고 엄지손가락은 네 손가락이 들어갈 큰 구멍에 들어가 있다.


한참을 건너다보다가 옆을 돌아보니 아들도 제 댁의 그 모양새를 한심한 듯 주시하고 있다. 나도 아들도 입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 오히려 입을 뗀 쪽은 며느님이다.

“에휴~. 힘들어.”

“지금 스스로 힘들게 하고 있네. 가위를 거꾸로 잡았잖아!”

“….”

“가위를 뒤집어 잡으라구!”

아들의 말은 평소보다 한 옥타브를 높였으나, 며느님은 들은 척을 않는다. 저러다간 사단이 나겠는 걸.


아니나 달라. 험악한 얼굴로 제 댁을 쏘아보고 며느님과 시선이 마주친다.

“아, 왜 그래. 난 이게 편해. 수십 년 이렇게 써 왔어.”

“애기가 그렇게 배워서, 세상 어렵게 살게 할래?”

옆에서 듣고만 있는 시어미는 바보가 된 기분이다. 그렇다고 시방 아들 편을 들어 말할 수도 없지. 그러나 분명한 건 아들의 말이 구구절절이 옳다는 게다.


며느님이 휭~하니 일어나서 제방으로 들어간다. 아들을 달래야 한다. 이럴 땐 나무라는 것보다 약간은 편을 들어주는 척하는 게 나은 법이거니. 최대한의 낮은 소리로,

“어미가 고집이 좀 세.”하니, 이런~.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듯 소리를 지른다.

“그건 고집이 센 게 아니구 머리가 나쁜 거예요!”한다. 에구 제 방의 며느님이 듣기에 충분한 소리다. 내가 공연한 소릴 했나?


부지런히 후다닥 떡국그릇을 비운 아들이 제 방문을 벌컥 열어젖히니, 며느님이 무릎을 세워 두 손으로 감싸안고 TV 앞에 앉아있는 게 보인다. 며느님의 등에 대고 아들이 거친 소릴 한다.

“뭐하는 거야. 애기 떡국이라도 먹이지!”

아닌 게 아니라 손녀 딸아이는 서툰 수저질에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떨어뜨리는 떡 점이 더 많다.


아들이 방으로 들어가고 곧,

“왜 그래. 나한테 왜 그래?”하는 며느님의 말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기분이 나빠서 그런다 왜. 잘못 된 걸 알려주면 고쳐야지.”

“그래. 내가 오빠하고 다른 게 많아. 오빠랑 꼭 같아야만 해? 그런데 오빠 나하고 약속했지? 어머니 앞에서 나 나무라지 않기로. 근데, ‘고집이 아니구 머리가 나쁘다’구? 그게 어머니 앞에서 할 소리야.”

허~~~~~~~~ㄹ. 이것 좀 보게나. 시어미 앞에서 저를 나무라지 않기로 약속을 해?! 잘못한 게 있는데도?

“그건 날 어머니 앞에서 짓밟는 거란 말이야. 꼭 그래야 했어?”

아들의 소리는 들리지도 않고 며느님만 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