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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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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 나, 이런 사람이야!


BY 만석 2011-12-30

 

나, 이런 사람이야!


올해에 여성가족부의 위민기자로 활동을 했다. 끔찍하게 큰 직장은 아니나, 이 나이에 어디엔가 소속이 되어 산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제 13기를 마감하면서 제 14기에 도전을 하려했더니 이런 세상에~. 직접 발로 뛰는 기자를 원한다나? 한 해 동안은 물어다 주는 먹이로 앉아서 기사화 했더니, 아마 놀고먹는 줄 아는가보다. 여성가족부의 시책이 그렇다 하니 낸들 어쩌겠는가. 다음 해에는 글렀구나 하고 손을 묶고 있었지.


마감 2일 전에 손짓을 한다. 신청을 왜 안 했냐고. 이 나이에 어떻게 사건을 찾아 뛰겠느냐 했더니 우선 신청을 하라 한다. 이건 선택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사가 아닌가. 이왕에 ‘콜’을 받았으니 쓴 소리도 좀 하자 하여, 내 딴에는 우아하게(?) 박한 원고료 이야기도 좀 들먹이고…. 그런데 말이란 참 묘한 것이어서, 말은 말을 물어내게 돼 있다. 아니, 내 경우 말이 없다가도 일단 입이 떨어지고, ‘이건 말이 된다’ 싶으면 좀처럼 멈추질 않는 기질이 있다. 하여 이왕에 입을 열었으니 좀 거창하게 떠들어댔겠다?!


이런 이런. 전화를 끊고 보니 공연한 오기를 부렸는가 싶다. 말이 너무 과격했는가 싶기도 하다. 내가 무슨 전사(戰士)라고 시키지도 않는 일에 스스로 총대를 멨는가 말이지. 그러나 ‘메고나면 상두군 들고나면 초롱군’이라지 않던가. 이 나이에 뭘 사리겠는가 싶었던 게지. 그러나 내가 아니면 뉘라서 말하랴 했던 일이, 크게 후회할 일을 자초(自招)했구먼. 이미 쏟아진 물이니 어쩌랴. 이젠 구구로 입 다물고 기다리는 수밖에. 신청일로부터 열흘 뒤에 합격자 발표가 있다 하니, 이젠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로구먼.


오늘. 

합격자 발표가 홈페이지에 기재(記載)되었으니 확인을 하라는 문자가 손전화기에 도착했다. 흐흐흐, 아마도 합격이라는 전주곡(前奏曲)이 아니겠는가. 아니지. ‘합격을 축하 한다’는 메시지가 동반 되어야 하는 거 아녀? 그럼 뭐여? 불합격이랴? 딸아이와 점심을 먹던 터이라 의젓한 척을 해 보인다. 재촉하는 딸아이에게 결과가 어디로 가겠느냐고 거드름도 피운다. 사실은 좀 전에도 확인 차 그 홈페이지를 서너 번 드나들었으니, 지금도 로그인이 되어있는 상태지. 딸아이의 재촉에 못 이기는 척 합격자 발표를 확인한다.


우하하. 이럴 땐 속으로라도 좀 통이 크게 웃어줘야 한다. 합격이라네?! 좋았어. 또 한 해는 버텨내겠는 걸? 딸아이 왈,

“와~우. 우리 엄마 대단하셔요. 멋져요. 축하해요.”한다. 암만. 축하 받을 일이지. 전에는 기존의 기자에게 특혜를 주어서 신입기자모집에 앞서서 연임(連任)을 하게 했다. 그러나 이번엔 신입과 함께 심사를 한다는 시책에, 사실은 우리 기자단의 불만이 있었다. 그래서 이 나이의 내가 합격이 됐다는 게, 내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말씀이야.

 

저녁에 퇴근한 영감에게 합격을 전했더니,

“허허허. 사람이 되게도 없었나 보네.”한다. 딴은 그런지도 모르지. 그러나,

“아니지. 60대에, 것도 60대 후반에 기사 쓸 재목이 흔하겠소?”하고 입을 삐쭉해 보인다. 영감도 기분은 썩 좋은가보다. 적어도 용돈을 내놓으라고 떼는 쓰지 않게 생겼으니 말이지.

어~이 며느님~.

자네 시어미가 말이지. 꼴은 이래도 나, 이런 사람이라고~.

어흐으~~~~~~~~ㅁ! 케케케.